詩 (2019년)

희망

犬毛 - 개털 2019. 9. 20. 08:39

 

희망

견모 조원선

 

어젯밤 외계인끼리 나누는 암호문자를 낚아채서 수신하여 해독했다

지구별이 미개한 인간들의 무지로 인해 내구기간이 훨씬 앞당겨져 자폭증세를 보이므로 인종정리에 들어간다고

오묘하고 경이롭고 잔혹하고 냉정하고 끔찍한 어마어마한 대자연의 징벌적재앙이 계속 이어질 것 이란다

나는 눈에 숟가락을 매달고 귀에 젓가락을 꽂고 코에 잠망경을 박고 생각을 차곡차곡 빗질하고 손발을 양치질한 다음 입에는 민들레홀씨를 물었다

깊이 반성하고 회개하며 납죽 엎드려 행동거지를 삼가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수 밖에

일순 뱃속 내장에서부터 보글보글 술익는 거품이 일더니 목구멍으로 울컥 희망 한 모금이 줄타고 넘어온다

독한 새벽잠 한 쪼가리 안주로 취한 물컹한 아랫도리에 찔끔하니 오줌소식이 따르릉따르릉한다

 

구름 틈새로 빼꼼하니 햇님의 이빨이 하나 보인다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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