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개미와 베짱이

犬毛 - 개털 2019. 7. 26. 20:29

 

개미와 베짱이

犬毛 趙源善

 

 

장마 비 잠시 멎어 반짝 여우햇빛 나온 사이에 무너진 집 복구공사 무척 바쁘다

몸집 우람한 병정개미 x1호가 굴 입구를 지킨다

 

일개미 y1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2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3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4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5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6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7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8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9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일개미 y10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재빨리 버리고 왼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쪼그려 앉은 나는 머리가 아프다

삶에는 멈춤이 없어서 세상에 일 아닌 것은 없다

같은 구멍 속에서 같은 비밀을 퍼 나르는 놈들은 다 같은 놈들이다

곳곳에서 팔자 좋은 병정개미 x2호, x3호, x4호, x5호 들이 감시한다

운명이 드나드는 속도는 1회당 4초로 정확하고 일정하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일어났을까?

맨 처음 미로를 만든 건 누구일까?

그것이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어서 저리 열심히 노는 걸까?

내가 헤아릴 수 있는 숫자의 한계는 겨우 양손가락의 합이다

반복되는 모양과 움직임이 너무나 똑같아서 혼돈이 극에 다다른다

이내 빗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우주가 폭발하기 전에 어서 내 집으로 가야한다

개미들의 x 와 y 방정식을 풀면 뭐하고 안 풀면 또 어떤가?

여지없이 나는,

더듬이 털이 하얀 인간 베짱이 z1호다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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