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술상
견모 조원선
오늘 주일. 산책 마치고 늘 아내는 바쁘게 아침식사 준비하고 난 잠깐 글 끄적이고. 밥 먹으라는데 쓰던 글 마무리하느라 꾸물거리다가 한 방 얻어 터졌다. 상차리는 동안 식탁에 수저 안 놓으려면 밥 먹지 말란다. 그잘난 글 쪼가리 땜시 맨날 식은 밥상에 기어오는 꼴 보기 싫단다. 아 이런 젠장. 잔디 깎아야 해. 포도넝쿨 올려야 해. 제초제 뿌려야 해. 데크 칠 해야 해. 내가 할 큰 일이 줄줄이 밀려있는데. 숟가락까지 놓으라니. 욱ㅡ
하긴 밥상이 늘 만찬이라서 막걸리 한 잔 생각 저절로 난다. 온통 안주거리니까.
"오늘 주일인데. 금방 예배드릴 텐데."
아 누가 그걸 몰라? 나 술 즐기는 거 주님도 다 아실터. 암튼 꼬랑지 내려주자. 까짓 것.
"알았어! 알았어! 내 다음부턴 숟가락 놓을 게. 놓으면 될거 아냐.
주님!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밥상 ㅡ 술상 ㅡ 참 감사합니다. 아멘."
이렇게 산다.
끌끌.
(1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