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않았다

犬毛 - 개털 2019. 4. 4. 12:10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않았다

견모 조원선

 

들판은 늘 싱그럽다.

엊그제 그녀가 동창회랑 몇 개 모임 나간다고 서울가면서 꼼짝하지말고 가만히 자빠져있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충실히 이행했다. 산책하고 아침먹고 개,고양이밥주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술마시고. 저녁먹고 개,고양이밥주고 설거지하고 술마시고 자고.

이거 뭐 딴 일할 짬 없다. 아픈 허리도 문제지만. 하루 두끼(점심은 안 먹는다) 밥먹는 거 정말 피곤하고 귀찮다. 무조건 김치찌개에 볶아먹으라고 무쳐논 소고기 몇점 넣고 달걀 하나 넣어 푹 끓여놓고. 반찬 대충 한 두개씩 접시에 꺼내고ㅡ이거 짜증난다ㅡ차라리 굶는게 좋겠다.

그녀가 진짜 존경스럽다!

오늘 아침먹고 뒷정리하니 11시 20분이다. 지겹다.

저녁에 그녀가 온다.

지금부터 저녁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거다.

지옥은 끝이다.

ㅎㅎㅎ.

(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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