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구멍론

犬毛 - 개털 2019. 1. 22. 17:32

 

구멍론

견모 조원선

 

죽은 부엉이를 묻기위해 1번구멍을 파낸 흙이 빗물따라 바다로 흘러갔다 어떻게 하지?

2번구멍을 새로 파면서 나온 흙으로 묻으면 된다

2번구멍은 3번구멍을 파면서 나온 흙으로 메우고

3번구멍은 4번구멍을 파면서 나온 흙으로 메우고

4번구멍은 5번구멍을 파면서 나온 흙으로 메우고

그래서

6번구멍을 파고

7번구멍을 파고

8번구멍을 파고

9번구멍을 파고

파고 파고 파고

파고 파고

파고

그리하여

구멍파다가 끝나는 게 이 세상이고

온통 구멍 메운 상처로 가득한 게 이 세상이지

결국 구멍하나는 영원히 남을 것이고

 

애초에 2번구멍을 빈 채로 그냥 놔두면 된다고?

왜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냐고?

에이, 그게 아니지!

남는 새 구멍하나가 영원한 일자리라니까!

구멍은 영원한 것이여!

 

구멍 만세!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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