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곰팡이 꽃

犬毛 - 개털 2017. 12. 5. 13:51
곰팡이 꽃
견모 조원선

어느날 모처럼 아내무릎을 베고 누웠더니 내머리를 만지작거리던 아내가 머리카락도 다 빠져가는데 웬 딱지가 몇개 있느냐고 묻는다.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다가 제주시 나간 김에 피부과전문병원에 갔다. 대기실에 온통 미인들 피부미용광고가 넘쳐 이거 잘못 왔나 생각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젊은 의사와 마주했다.

곰팡이 일종 입니다.
어떻게하죠?
부분마취하고 레이저수술로 제거해야죠.
아픈 가요?
잠시, 약간요.
시간은?
몇 개 되니까 1시간 쯤요.
원인이 뭘까요? 비위생? 술? 모자? 전염성?
아니, 딱히 뭐라고ᆞᆞᆞᆞᆞ.
생명에 지장있나요?
전혀.
경구투약이나 바르는 약처방은?
뿌리가 조금 깊고 점점 자랄겁니다.
혹시 꽃이 필까요?
네?
허 허 허. 그냥 놔둬봅시다.
네. 뭐 원하시는 대로.

이런 염병!
살다살다 대가리에 곰팡이가 피다니. 난 샴푸를 전혀 안쓰고 비누만 사용하며 제주이주 후 모자를 쓰는 습관이 생겼고, 솔직히 좀 게을러져서 닷새에 한 번 꼴로 목욕하며 머리 감는다. 점점 씻는 게 귀찮은 게 사실이다.
이러다가 대가리부터 시작하여 발바닥까지 온통 곰팡이로 뒤덮일까 겁난다. 하지만 아직은 마음도 깨끗하고 호주머니도 깨끗하다. 아프지 않고 생명에 아무 지장없다니까 일단 버텨보기로!
혹시나 예쁜 꽃이 필지도 모르니까!
또 웃자!
허 허 허.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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