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년)

나는 뭍이다!

犬毛 - 개털 2013. 4. 9. 16:28

나는 뭍이다!

犬毛 趙源善

 

 

난 뭍이라 피가 진해서 혈기가 넘치고

넌 섬이라 피가 탁해서 혈기가 냉하지.

 

난 뭍이라 우뚝 서서 동쪽에 뜨는 해를 보고

넌 섬이라 모로 누워 서쪽에 지는 해를 보지.

 

난 뭍이라 돌을 깔고 큰 대자로 자고

넌 섬이라 풀을 깔고 웅크리고 자지.

 

난 뭍이라 뿌리가 깊어 늘 꼿꼿이 늠름하고

넌 섬이라 곁가지만 키워 늘 둥둥 떠다니지.

 

난 뭍이라 속 옷 겹겹 둘러 의젓하고

넌 섬이라 훈도시 하나로 촐랑거리지.

 

난 뭍이라 흰 버선발에 무지개 꽃신이고

넌 섬이라 맨발에 질퍽질퍽 나막신이야.

 

난 뭍이라 위로 자꾸 솟아오르고

넌 섬이라 아래로 점점 가라앉지.

 

난 뭍의 핏줄이라 영원히 뭍이야

넌 섬의 핏줄이라 영원히 섬이고.

<1304>

 

사진 - KBS 홍보팀. 독도. 2010.03.

 

'詩 (201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놈  (0) 2013.04.10
족보  (0) 2013.04.10
야관문夜關門  (0) 2013.04.05
전차  (0) 2013.04.03
유혹  (0) 201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