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

유럽 여행기1 - 벨기에(111005)

犬毛 - 개털 2011. 11. 14. 18:20

유럽 여행기1 - 벨기에(111005)

犬毛 趙源善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두 줄 사온다. 맥(개:17년 갈색 푸들 수놈)은 어제 저녁 딸네 집에 맡겼으니 일단 출발하는 데는 부담이 없다. 일단, 짐과 아내를 내 차로 공항버스 정류장에 내려놓고 차를 집에 가져다 놓고 나만 걸어 나가는 작전을 편다. 성공. 버스가 와 있는 정류장에 내가 정확히 출발 2분 전에 딱 도착한다. 버스 안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한다. 우리의 이번 여행을 끝까지 보살펴 주실 것을 원하며 믿는다고.

도대체 왜 그리 공항에 일찍 오라하는 지 모르겠다. 늘 시간이 남아돌아간다. 동반하는 가이드 아가씨가 야무져 보인다. 다행이다. 가이드가 여행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긴 줄을 서서 짐 붙이고 출국수속 후 면세점에서 딸애의 화장품 몇 점을 찾아도 한 시간 이상이 남는다. 출출해서 짜장면을 한 그릇 사 먹는다.

30분 지연된다. 승객들이 왜 서둘러 줄을 서는지 모른다. 어차피 정해진 좌석 아닌가? 외국인들은 늘 차분하다. 비행기에 오르니 기대한 만큼 제법 좌석이 넓고 편안하다.

A 380 최신 기종. 기존 여객기 중 가장 큰 슈퍼 점보 항공기. 최대 지속운항시간 14시간48분 운항거리 13473Km. 동체길이 73m 날개폭 80m 꼬리날개높이 24m. 최대좌석 538석(단, 대한항공은 407석 - 1층에 일등석 12석과 일반석 301석과 2층에 프레스티지 94석으로 넓게 꾸밈). 항공기 자체가격만 약 4000억원(장착좌석 및 엔터테인먼트 장비 등 주요부품을 제외한 가격). 하늘 위를 나는 호텔.

이륙한다. 파리까지 12시간여.

신문 1부를 꼼꼼히 훑어본다. 맥주 1캔 땅콩 2봉. 기내식 비빔밥. 커피 1잔. 면세품 판매 - 아내 무슨 건강 약 한 세트 사주고. 화장실 갔다 와서 한국영화 “위험한 상견례”와 미국영화 “영광의 깃발” 2편 보고 독주 보드카 1잔 꺾고. KBS 뉴스보고 비행정보 확인하니 아이고야! 이제 반쯤이다. 잠시 억지로 눈 감았다가........통로에 나가 스트레칭하고 나서 일본영화 “개울가”1편 보고 오렌지 주스 1잔. 기내식 돼지고기 볶음. 사이다 1잔. 면세품 판매 - 꼭 밥 먹이고 나서 물건을 판다. 화장실. 단편 “소피아 대성당”과 “물”을 본다. 소피아는 가 본 곳. 지겹다. 이리 저리 꼬고 비틀어 봐도 편한 자세는 없다. 허리도 아프고. 난 비행기 오래 타는 것이 정말 싫다. 비행시간은 대략 5시간 이내가 적당하다. 어떻게 한 잠 잤나보다. 깨고 보니 암스테르담 근처. 암스테르담은 스페인 갈 때 잠시 기착했던 곳. 그럼 거의 다 왔다.

착륙충격이 크다. 어떤 때는 사르르 내리기도 하던데. 잠시 기다린 끝에 내린다. 건물 안을 한참 걸어가서 궤도 열차를 탄다. 입국수속은 간단하다. 샤를드골공항. 얼핏 보아 시설이 인천공항만 못하다. 이층버스는 깨끗하고 좋다. 호텔로 이동한다. 가이드가 미리 힌트를 주었지만 우리가 첫 밤을 묵는 파리의 호텔시설이 너무 빈약하다.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그렇다는 건 변명이지. 좁고 누추하다. 아침식사도 기대하지 말라한다. 파리가 뭐 원래 그렇다나? 허 허 허.

 

 

 

 

 

<벨기에 브뤼게>

빵 몇 조각과 주스와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 파리는 나중에 다시 오는 여정. 바로 벨기에로 향한다. 호텔이 파리 외곽이어서 금방 전원이 나타난다. 달력그림 같은 풍경이 연신 펼쳐진다. 잘 손질된 넓은 야채밭과 초원, 옥수수 밭 등이 참으로 아름답다. 펄쩍 내려서서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럭비경기를 하고 싶다. 국경이 없는 것처럼 아무런 제약도 없다. EU국가들 간에는 무사통과다.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접어든다. 대형 물류수송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도로망이 잘 발달된 EU국가들이다.

 

 

 

브뤼게는 북유럽의 나폴리라 불리는 운하 도시. 마르크트광장에 들어선다. 광장 바닥도 돌이고 주위의 건물들도 돌이다. 고색창연하다. 돌이라서 이리 오래도록 변치 않는 것. 종탑과 시청사 건물. 노틀담성당(노틀담이란 이름의 성당이 유럽에는 아주 많다)이 참으로 멋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밤색 말이 끄는 관광용 마차가 지나간다. 도로의 가운데는 말발굽 흔적이 하얗다.

중국식당에서 점심. 다소 비릿하다.

 

 

 

 

 

 

돌 건물 카페 앞으로 차양을 덧대어 놓은 아래 야외카페가 길게 늘어서 있다. 광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대학생들의 분위기가 자유롭다. 버스에 그려진 예술적 그림이 무척이나 야(?)하다. 광장모퉁이에서 한 예술가의 작품전시회를 본다. 사진촬영에 쾌히 응해준 작가는 수염이 더부룩하다. 작품 성향이 무척 강렬하게 느껴진다.

 

 

 

요리조리 운하 사이를 걷는다. 운하로 관광객을 실은 배가 지나간다. 진짜 아름다운 도시다.

노틀담성당에 들어간다. 자유롭게 관람을 허락하며 사진촬영도 허락한다. 좀 이상할 정도다. 웅장한 건축양식과 천정, 기둥, 내부의 전경이 찬란하다. 하지만 이미 스페인여행을 통해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건축물의 진수를 맛본 나에게는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또 운하와 골목들을 가로지른다. 어디를 봐도 그림이다. 낙엽이 지는 가을 거리. 독신자 마을을 만난다. 역사가 아주 오랜 곳. 전쟁미망인이나 수녀 또는 독신녀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했다는 곳. 현재는 수녀원.

가을을 만끽하며 사랑의 호숫가를 지난다. 귀엽게 포즈를 잡는 아내는 참 예쁘다. 난 팔불출이다. 허 허 허.

 

 

 

 

 

 

 

 

 

 

 

<벨기에 브뤼셀>

벨기에의 수도. 여기도 광장이다. 브뤼게보다 더 화려하다. 시청사와 호텔과 교회당이 광장을 빙 둘러 서 있다. 유럽은 어딜 가든 광장 빼면 시체라더니.......참으로 광장문화가 잘 발달한 곳.

 

 

 

 

 

 

 

모퉁이 골목을 걸어 아주 오목하고 호젓한 곳. 오줌싸개 동상을 만난다. 참으로 묘한 위치에서 대수롭지 않게 서서 시원하게 오줌을 누고 있다. 이게 그 유명한 동상이란다. 허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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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犬毛 趙源善 

 

 

 

 

안 보면 섭섭하고 보면 허망하다지만

양지바른 곳

있어야 할 자리에서

예쁜 짓거리

참 귀엽다

샘처럼 솟아나는 찬란한 정열.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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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도 온통 오줌싸개모형 일색이다. 와플가게 앞에도. 인형과 가방 등 선물용 소품가게의 진열장이 아주 오밀조밀하다.

얼핏 차창 밖으로 우리의 현대차가 지나간다. 기분 좋은 일이다.

 

 

 

 

 

 

 

 

 

석양의 모습은 어디서고 아름답다. 다행히 오늘 브뤼셀의 숙소는 일급이다. 마음에 든다.

스티브잡스의 죽음이 뉴스에 흘러나온다. 베어낸 사과의 모습. 인생무상이다. 그러니 이렇게 여행 실컷 하고 글 마음껏 쓰면서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나는, 내가 일 할만큼 일 했다고 생각한다. 더 늙기 전에 삶을 즐겨야하는 까닭. 대략 남부끄럽지 않게 최소한의 노후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이상, 과감하게 은퇴해야한다. 참 잘한 일이다. 명성과 돈과 권력이 죽음 앞에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