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 1 -<070720>
<20일> 출발
19일에 방학했는데 오늘 바로 여행을 떠난다. 모든 게 다 아내가 서둘러 준비한 까닭(?)이다.
여행지만 부부간에 합의 본 후 여행사 일정 비용 등등 다 아내가 처리한다. 그저 짐만 꾸려
덜렁덜렁 따라 나서기만하면 된다. 나는 참 행복하다.
늘 비행기 타는 게 괴롭다. 인천 - 이스탄불을 터키항공으로 직항하는 비행코스.
고소공포증세를 가진 나. 와인 두병에 취해 잠시 졸다.
중국을 지나 중앙아시아를 지날 때는 구름 위를 나르더니 퍼뜩 어느 지역부터 황량한 산악
지대가 내려다보인다. 아랄해와 카스피해 흑해가 선명하게 내려다보인다.
도착. 12시간.
몹시 덥다. 화장실 사용료로 줄 리라화를 환전하란다. 750원이 1리라 정도. 보통 0.5리라나
0.75리라의 화장실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원 참.
이스탄불 시내 호텔 숙박. 잠간 나와 돌아보다. 노상 전차가 특이하다. 슈퍼마켓에 들러 빵과
소시지 한 개를 사서 소주 한잔 마시고 잠들다.
“부터”/犬毛 趙源善
언제나
그놈의 “부터”가 사람 잡는다고 하던데
맞아 수박 한통 5000원 크게 쓰고 그 밑에 조그맣게 “부터”가 붙었지
비행기 타자마자 레드와인 2병 “부터” 마시고 슬슬 생각해 본다
인생 60 “부터”라니 그것 참
한 뼘 창으로 얼음 꽃 같은 하얀 덩어리들이 벌써 “부터” 줄줄이 모여 든다
떠나는 여행길 발아래 마치 원폭의 버섯구름처럼 뭉클뭉클 희망들이 시작 “부터” 장관이다
딴 나라의 여덟 밤이 이제 “부터” 시작이다
아무튼
“부터”가 또 사람 잡지나 않을까 걱정된다.<0707>
<21일>
아침 산보 길에 육교위에 올라서니 삼성 광고판이 선명하게 보여 사진 한 장 찍다.
아침식사. 별로 먹을 게 없다. 소시지 햄 몇 쪽. 컵라면 한개. 삶은 계란 두알.
*성소피아대성당
비잔틴 건축의 걸작으로 6세기경에 재건 됨. 돔의 높이 55미터에 직경 33미터. 엄청난 규모에
놀라다. 그리스도교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이슬람교 사원으로 사용되었고 이제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묘한 역사의 증거. 현재 내부는 일부 보수공사 중이다. 그리스도교의 모자이크
벽화를 이슬람들이 회칠하여 덮어버린 결과 칠을 한 꺼풀 벗기면 모자이크 벽화가 나타난다.
건축양식과 규모와 찬란함이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 웅장함에 저절로 숙연하다.
성소피아대성당/犬毛 趙源善
눈에 성큼 보이지 않아서
실컷 누리면서 자꾸 더 달라 떼를 쓰지
돌은 아무리 단단해도 그런 인간 손끝에서 놀아나고
어쨌든 인간은 신 앞에 참 나약해
맞아 하나님도 신이고 알라도 신이다
인간이 찬란한 돌 위에 하나님을 눕히고 다른 인간이 그 위에 또 알라를 눕히고
천 번을 그린 위에 천 번을 덧칠해도 돌은 여전히 단단하게 그 속에 있지
오로지 신만 저 높은 곳 천정위에 혼자 으뜸으로 누워 주무시는 거야
세계 7대 불가사의도 한 겹 껍데기에 불과한 것
성경도 코란도 흠 잡을 수 없는 똑같은 진리인 바
예수도 마호메트도 둘 다 이 땅에 살았었다는 사실
누가 누구를 위해
누가 누구를 잡아
누가 누구를 죽여
누가 누구를 울리는 것이냐
모두 다 껍데기일 뿐
성소피아대성당의 임자가 누구였나는 중요한 게 아니다.
싸우면 안돼
피 흘리지 말자
돌처럼 그저 말없이 단단하자
지금 이 자리 살아 엎드려 머리 조아리는
내가 제일 복 받는 자라 믿어
세상 모든 이들이여
신의 축복을 감사히 여겨
제발
서로 사랑하시라.<0707>
*블루 모스크
거대한 돔과 4개의 첨탑이 멋지다. 역시 신발을 벗고 입장. 전 세계의 모든 이슬람 사원은
성지 메카를 향해 지어져 있다고 한다.
아내가 눈만 내놓은 여인에게 사진 찍기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다. 결국 터키 아이와 한 장.
푸른 빛 타일 장식 내부의 대단한 규모와 대리석 설교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화려하다.
*히포드롬 오벨리스크
약 10만 명을 수용했다는 고대의 대 전차 경기장 자리인 히포드롬에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탑 오벨리크가 우뚝 서 있다. 콘스탄틴 기둥도 있는데 동판을 약탈당해 돌만 남았다. 쓸쓸하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이동하는 길. 보스포러스대교를 건넌다. 유럽(건너기 전)과 아시아(건너)를 가르는 보스포러스해협에 놓인 멋진 현수교이다. 양안의 풍경이 이름답다. 이스탄불 시내를 벗어나 두어 시간 지나니 가도 가도 황량한 땅 나무도 없고 민둥산과 바위뿐이다. 조금씩 슬슬 밀밭이 나타나더니 아 아 엄청나다. 사방이 다 밀밭이다. 6시간 30분.
앙카라 숙박.
<22일>
*한국공원
앙카라시내에 한국전 참가를 기념한 한국 공원이 있었다. 조촐한 모습이지만 느낌이 새로웠다.
참전용사의 위령탑에 사방으로 빙 둘러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케말파샤의 무덤
터키 건국의 영웅 파샤의 묘는 지나쳐가며 설명만 듣다.
앙카라 - 투즈글루 2시간.
*투즈글루 소금호수
해발 900m 산꼭대기에 거대한 소금 호수라니. 옛날에는 바다였는데 지각변동에 의해 산이 된 곳. 제주도 면적의 3분의 2정도라고. 지평선이 저 멀리로 가물가물하고 다 하얀 소금밭이다. 소금의 바다. 겨울철 우기에는 1미터의 평균수심을 유지한다고. 엄청난 규모에 입이 벌어지다. 바야흐로 화장실에 0.5리라를 주고 입장(?)하다.
투즈글루 - 카파도키아 2시간 20분.
카파도키아
*우치히사르 비둘기 계곡
바위산 위에 성채가 있다. 해발 1300m. 바다가 융기하여 산이 되고 다시 화산활동 후에 생성된 화산재가 뒤덮고 그것이 오래지나 깎이고 깎여 단단한 암석만 남아 구멍이 숭숭 뚫린 희귀한 모양으로 남음. 그 구멍 속에 비둘기들이 거주했고 비둘기에게서 거름을 얻고 그 알에서 사람들이 벽화의 원료인 염료를 추출했다고 함. 응회암 흙 굴속에 거주지 굴도 있으며 현재 굴 카페도 있고 굴 숙박업소도 있는데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참 시원하다. 겨울에는 따듯하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장사
줄줄이 파여진 계곡과 원추형의 돌출 바위들과 암굴이 늘어선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작은 휴게소가 있는데 거기 아이스크림장사가 있다. 한국어를 몇 마디 한다. “쫀득쫀득 아이스크림 한개 1 달라 커플로 두개사면 3 달라” 라고 외치며 고집한다. 한참 웃었다.
*괴레메마을 굴 속 수도원 교회
종교탄압으로 박해를 받던 기독교도들이 만든 바위동굴속의 교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바실리아교회 뱀교회 사과교회 샌달교회 포도교회 사슴교회 캐서린교회 등 벽화의 특징이나 설립자의 이름을 딴 굴 교회를 보다. 대부분 벽화가 예수님의 생애나 죽음을 묘사함. 4세기부터 13세기 사이. 카파도키아 전체에 약 600여개의 교회가 남았다고.
*파샤바 버섯 바위
십여 미터 또는 이 삼십 미터 직경 높이도 그 정도인데 기기묘묘한 버섯모양 바위들이 계곡에 우뚝 우뚝 홀로 또는 줄지어 위태롭게 늘어섰다. 마치 남성 성기들이 불뚝불뚝 발기한 모습과 같다. 허 허 허.
카파도키아 - 악사라이 1시간 30분. 숙박
<23일>
악사라이 - 오브룩 1시간 30분.
*오브룩 캐라반 숙소와 호수
옛 실크로드상의 한 지점. 지나다니던 상인들의 숙소 자리. 다 허물어져 기둥과 담 주춧돌 등 거의 폐허 수준. 왜 보존을 잘 하지 않는지 의아. 뒤쪽 아래로 오브룩 호수는 파란 물색이 참으로 아름답다. 너무 아래쪽으로 멀어 내려가는 걸 포기하다. 화장실이 없어서 일행들은 이슬람교 여름학교 비슷한 곳에 들어가서 사용. 아이들이 내다보며 손을 흔들다.
오브룩 - 파묵칼레 6시간 30분.
해바라기와 자장면 노래와 눈물 /犬毛 趙源善
에게해海 향하는 길목 동그스름한 언덕 위
거기 초록 잎 바다에 노랑 꽃 들이 끝없이 줄 섰다
진시황제 수 천 병마용처럼 질서정연 꼿꼿이 늘어서서 오로지 한 곳만 쳐다보는 눈들
작렬하는 태양아래 한결같이 고개 외로 꼰 모습
해바라기
얼굴이 커서 제 몸 줄기에 그림자를 대주는 그리움 덩어리
결코 부르는 이름대로
좋아서 해를 바라보는 게 아니더라.
문득
아내가 지오디의 자장면을 아냐 묻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또박또박 일러주고
이게 바로 그 노래라며 엠피쓰리 이어폰을 귀에 꽂아준다
애들 늘 중얼거리는 그런 소리려니 무관심하던 내게 뜻밖에
묘하게 잔잔한 흥분이 일더니
라면 - 자장면 - 도시락 - 개업 - 기쁨 - 깨어나지 못한 잠 - 어머니의 죽음
영가 비슷한 고음의 백 코러스까지 찡하게 마음을 훑어 내려
아 아
밀물처럼 사정없이 밀고 들어와 내 온 감정을 휘저어 뒤흔들어 놓은 노래
썰물처럼 순식간에 바로 빠져나가는 짜릿한 한줄기 바람의 여운
어머니는 해바라기 아니어도 햇빛을 가려 당신 그림자를 늘 내게 주셨지
어머니는 해바라기 아니어도 해와 마주서서 마음속으로 늘 나만 바라 보셨지
바로
그 깊은 사랑 슬픈 감동에 흠뻑 빠져
맹하니
찔끔찔끔.
해바라기는 해 모양이라 해바라기지 해를 사랑해서 해바라기는 아니다
나를 진짜로 사랑한 영원한 나바라기는
어머니 뿐
이역만리 터키 한 구석 어느 해바라기 밭 앞에서
나
뜬금없이
질질 울다. <0707>
*파묵칼레 목화성(Cotton Castle)
지겨운 긴 시간의 버스여행 끝에 목화성에 이르다. 하얗게 솜을 쌓은 듯하다. 산봉우리로부터 흘러내린 온천수가 마치 계단식 논처럼 자연적 수영장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발을 담고 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파묵칼레의 전망은 또 기가 막히다.
위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목욕했다는 온천자리가 보인다. 역사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벗고 목욕한 곳이리라.
목화성(Cotton Castle)/犬毛 趙源善
파묵칼레의 장관
눈으로 뭉쳐진 듯 거대한 석회붕
이름 하여 하얀 솜으로 쌓은 목화성(Cotton Castle)에 올라
거기
온천에 발을 담그며
가물거리는 역사의 그림을 그린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여기서 목욕했다
아내와 나도 여기서 목욕한다
누구든지 여기서 목욕할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서로 때를 밀었다
아내와 나도 서로 때를 민다
누구든지 때를 밀 수 있다
여기서 목욕하며 때를 민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죽었다
여기서 목욕하며 때를 민 아내와 나도 죽을 게다
여기서 목욕하며 때를 민 누구든지 결국 죽는다.
여전히
온천물은 부글부글 잘도 솟구쳐서
때도
사람도
거기 실려 다 흘러갔다
잘난
역사만 질기게 살아남아서
꿈처럼 부서져가며 흐물흐물 모진 숨을 쉰다.<0707>
*히에라폴리스의 유적
목화성 위로 2세기에 지어 3세기 경에 개축했다는 15000명을 수용하는 야외원형극장 흔적과 사도빌립 기념교회 자리를 보다. 여러 번의 지진으로 인해 거의 다 허물어져내려 흔적만 남아 옛 화려함을 짐작케 한다.
*파묵칼레의 시장
저녁 식사 후 시장 산책에 나선다. 작은 야시장이려니 했더니 시장이 꽤나 길다. 특산품과 옷 먹거리 등등 즐비하다. 대체적으로 보아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다. 상당히 사람이 많다. 터키국민들의 휴양지로도 소문난 곳 이란다. 몹시 덥다. 기념으로 벽걸이 접시 하나를 사다. 콜라도 한 병. 바람이 없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른다. 호텔 안에 수영장도 있고 온천욕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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