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플래닛에서 이동)

미국 서부지역 여행기 -1- <080204>

犬毛 - 개털 2009. 1.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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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지역 여행기 -1- <080204>

< LA. 모하비사막. 캘리코 은광촌. 3대 캐년. 라스베가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허리우드.>

犬毛 趙源善



*떠나는 날

늘 그렇듯이 두고 가는 개가 마음에 걸린다.

13살 우리 <맥>은 눈치가 멀쩡하여 여행 가방만 꾸리면 풀이 죽는다.

어쩔 수 없지 뭐. 누나랑 잘 지내라. 안녕.



*제 1 일

<인천공항 -LA공항 - 다운타운 - 올베라 풍물시장 - 코리안타운 드라이브 - 숙소(LA)>


밤 비행기를 탄다. 무려 두 끼의 기내식. 여행을 기대하는 마음은 가볍지만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그놈의 공포가 가슴을 억누른다. 비행시간이 길어 너무너무 지겹다.

밤이라고? 아니다. 어찌하여 잠이 전혀 아니 오는 가 말이다.

엉덩이에 못이 박힌다.

해가 뜬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참 장관이다.

북태평양의 하늘은 구름도 바다 같다.

생전 처음 접하는 북아메리카 대륙이다. 아마 저기 어디가 산타모니카가 아닐까 짐작한다.

LA공항은 우리 인천공항만 하 못하다.


입국절차가 까다로워서 기분 나쁘다. 신발 벗고 허리띠 풀고 아니 내가 뭔 죄를 졌나?

지문에 사진에 나 원 참 더러워서. 제나라에 돈 보태주러 오는 손님에게 이게 무슨 짓거리람!

아내가 삐삐 소리 나더니 걸렸다. 골덴 바지 주머니의 쇠장식이랑 머리핀 다섯 개 때문에

특별히 재검사를 받는다. 여경이 위로 나란히 좌우로 나란히 더듬고 난리다.

히 히 히.


현지 가이드를 만난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에 따라 여행기분이 좌우될 수도 있으므로

잘 살핀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참 다행이다.

다운타운 근처에만 고층빌딩이 몇 개 보일뿐이다.

올베라 풍물시장엘 잠시 들린다. 인디언들이 만든 여러 가지 물건들과 각종 기념품들을

파는 관광용 시장인가 보다. 대충 한바퀴 휘둘러본다.

한 모퉁이에 걸인을 본다. 잘 살거나 못 살거나 어느 나라던 걸인은 있는 법이다.

유니온스테이션(옛 기차역)을 지나친다.

차이나타운과 리틀자팬을 창밖에 본다. 비교적 조용하다. 특히 리틀자팬은 활기가 없다.

이에 비해 코리안타운은 정말 휘황찬란하다.

규모도 대단하고 마치 한국의 거리처럼 없는 게 없다.

온통 한글 간판이다. 이거 신나는 일이다. 으쓱.

근래에는 술안주로 돼지껍데기 파는 집까지 생겨서 대박 났단다. 허 허 허.

6시 이후로는 LA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다.

마치 죽은 도시 같다. 자동차들만 꾸역꾸역 굴러다닐 뿐. 자동차보유비율이 인구 1인당

1.03 대 라나.

숙소는 더블베드가 두개 놓여있다. 깔끔하고 깨끗하고 넓다.


*제 2 일

<LA-모하비사막-바스토우- 캘리코 은광촌 - 라플린(콜로라도강변) - 숙소>


아침. 호텔 식당에 줄이 길다. 어디서건 줄을 선다는 건 배울만한 일이다.

바스토우를 향해 떠난다. LA 시내를 벗어나면서 집들이 보인다. 똑 같은 모양의 똑같은

빛깔의 바둑판같은 집들. 하나같이 단층집이다. 이러니 제각기 차를 몰고 다녀야 할 게다.

멀리 창밖으로 파사데나의 만년설이 보인다.


불쑥 현대자동차 엑셀 6대를 싣고 가는 대형차를 본다.

슬슬 올라가는 길이다.

나무가 없다.

해발 1200M에 위치한 모하비 사막.

삭막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사방으로 휑한 길 뿐.

강우량이 적어 사막이지 사실은 이 땅이 무궁무진한 자원을 속에 감춘 보물창고란다.

미국 인구 3억이 8억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이 모하비 사막을 개발할 거라고 한다.

남북한 합친 면적의 약 2배라니 그 엄청난 넓이가 정말 부럽다.

기차를 만난다.

화물칸이 줄줄이 엄청나게 길다. 기차 길이만 1마일에서 3마일 정도라니.

대충 헤아리다가 산이 가려 그만 놓쳐버렸다. 90량이 넘는다고.

그중에 또 현대로고가 찍힌 컨테이너가 보인다. 으쓱.

바스토우는 조그만 도시다.

교통상의 요지라고. 한국인 식당에서 한국음식 뷔페로 한식 점심을 먹는다.

김치찌개가 맛나다. 아무도 몰래 낮술로 가볍게 소주 한잔.

영화 하이눈에 나오는 기차역을 지나친다.

이 길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역사적인 길이란다.


캘리코 은광촌에 도착하다.

마치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옛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놓은 그림 같은 광산촌이다.

상점과 주점 교회 학교 그리고 갱구 레일 등등 아기자기 하고 오밀조밀하다.

꽤 많은 미국 관광객들이 제법 바글바글하다.

보안관차림의 엄청나게 뚱뚱한 남자가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데 웃음소리가 호탕하다.

여기에서 역사속의 한 도시, 사막 한가운데 산골짜기의 폐 은광을 관광지로 아담하게 꾸며

허허벌판에 손님을 불러 모으는 참으로 흥미로운 발상을 본다.

소형 박물 기념 카페 안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한 할머니가 한국어로 된 안내서를 나누어

준다. 우쭐.

모처럼 마음먹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다.


가도 가도 나무 한그루 없는 땅이다.

두 시간을 달려도 동네하나 없는 길이다. 어쩌다가 가스충전소(주유소)에나 겨우 화장실이

있을 뿐 휴게소 같은 건 어림도 없다.

광대하지만 바싹 마른 삭막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다.

니들스타운을 지난다. 말 그대로 태양 빛이 바늘처럼 따가운 양지바른 곳이다.

노년에 전국 관광 일주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머물러 생을 마감하는 실버타운으로 유명한

동네란다.


사막에도 아름답게 석양이 진다.

차창 밖으로 지는 해를 사진 찍으며 라플린에 도착한다. 콜로라도 강변의 아름다운 도시.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에 걸치는 트라이앵글 지점이란다.

콜로라도 강은 길이 1300 마일. 서부의 젖줄.

퓌닉스라는 도시에서부터 석탄을 지하 컨베이어로 400 KM를 운반해서 이곳 라플린의

화력발전소를 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저녁 먹고 강변에 나와 콜로라도 강가에서 사진도 찍고 아내와 손잡고 잠시 걸었다.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에- 고향 그리워- 저 하늘- 반짝이는 금물결 은물결- 처량한

달빛이여-“ 이 노래를 부르며.

낭만도 잠시였다.

호텔 로비에서 슬럿 머신에 잠깐 달려들었다가 순식간에 20불을 날리다.

허 허 허.


*제 3 일

<라플린 - 윌리엄스 - 그랜드캐년 - 그랜드캐년 댐 - 페이지 - 케납 - 숙소>


6시에 출발한다. 아침에 차창 밖으로 내다보며 다리로 건너는 콜로라도 강은 정말 볼

품 없었다. 저 아래 호텔 근처에서는 수량도 많고 물도 맑고 제법 멋졌는데 이 위쪽은

무슨 중랑천만 하다.

바로 이강이 미 서부의 대 젖줄이며 그랜드캐년을 만든(?) 실력가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허 허 허.

맞다! 

진짜로 강이라면 바로 우리의 한강이 세계에서 제일이다.

세계어디에 수도를 관통하면서 수량도 그렇게 많은 강이 또 있단 말인가?

어서 어서 잘 개발하여 멋진 관광의 명소로 만들어야지. 으쓱.


애리조나는 카우보이의 고장으로 우리가 노래로 들어 알고 있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라

인디언의 본향이라고 한다.

“이 땅은 우리들의 땅이 아니다. 후손들에게서 빌려 쓰는 것이다.

그들에게 그대로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다.

우리는 자유다. 우리는 가슴으로 말한다.“

어느 인디언의 말이라며 가이드가 읽어주는 글이 마음속에 찌릿하다.

하여튼 애리조나는 오로지 거의 관광수입에만 의존해 먹고 산다 말할 정도라고.


윌리엄스 근처에 오자 향나무와 소나무 숲이 보이면서 하얀 눈밭이 나타났다.

눈이 삼십 센티미터 이상 쌓여 그 반짝이는 빛이 영롱하다.


삼사일전에 눈이 많이 왔다한다. 며칠 전에 온 팀은 눈 때문에 잘 보지도 못했다고.

우리는 축복 받았다고 가이드가 너스레를 떤다.

멀리 이글스 마운틴이 드러난다. 독수리 산이 그랜드캐년에 다가섬을 알리는 이정표.

공원에 들어서서도 한참을 차로 이동한다. 그랜드캐년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내려 눈길을 한참 걷고 나서야 갑자기 앞이 탁 트인다.

마더 포인트. 그랜드캐년의 남쪽을 바라다보는.

아 아!

이게 바로!

뒤통수를 해머로 둔탁하게 얻어맞은 듯 하다.

어쩌란 말이냐 이 절경을!

신이 미국에게 내려주신 최대의 선물이라는!

계곡의 총길이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라고.

지금 이 높이(1000m이상)에서 계곡 아래까지 조랑말 끌고 내려가면 2박 3일 거리.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하루 걸린단다.

장엄하다!

이 엄청난 크기와 이 오묘한 모습 이 찬란한 협곡과 이 웅장함 이 거대함!

아 아 아 아!

제각기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 대느라 정신이 없다.

이 와중에 누가 누구를 찍어주겠는가 멋진 광경에 모두가 미쳐버렸다.

환상의 시간이 사진기 속으로 줄줄 녹아 들어간다.

대부분 사람들이 경비행기를 타러가고 우리(좀 나이 먹은 사람들)는 아이맥스 영화를

보았다.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랜드캐년 계곡 속을 비몽사몽 누비고 다닌다.

그랜드캐년의 산 역사를 역동적으로 뒤꿈치 간질간질하게 참으로 환상처럼 볼 수 있었다.

나중에 귀국하면 학습 자료로 쓰기위해 CD를 한 장 구입했다.

그 시간에 경비행기를 탔던 팀은 완전 초주검이었다. 토하는 사람도 있고 몹시 무서웠으며

괜히 비싼 값(일인당 140달러)에 큰 낭비를 했다고 중얼거렸다.

다시 데져뷰로 한 시간 가량 이동하여 동쪽의 그랜드캐년을 본다.

깎아지른 절벽위에 첨성대와 거의 모양이 비슷한 3,4층 높이의 별을 관측하는 시설물이 있다.

야 - 아!

정말 대단하다.

어느 쪽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경탄에 경탄!

발밑이 콕콕 쑤시는 듯 가벼운 통증이 오고 등골이 오싹오싹하는 쾌감을 느낀다.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의 극치다!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아쉬움이라니.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이 경이로운 광경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병풍처럼 접어 넣으려 애쓴다.

.................. !


후에 꼭 한번 직접 여행하시길 권한다. 


콜로라도강이 범람하여 깎아 나르는 연간 토사량은 일백만 톤 이상 이란다.

결국 그랜드캐년은 콜로라도강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작품이지만 이 토사의 유출이

근래 후버댐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토사유입과 유량조절을 위해 발전의 목적이 아닌 그랜드

캐년 댐이 만들어지는데 평균깊이 200m이상으로서 그랜드캐년 계곡을 굽이굽이 돌아 장관을

연출하고 길이 300여Km의 파웰호수가 된다. 물을 담는 데 17년이 걸렸다고.

또한 상당량의 아름다운 계곡들이 물 속에 잠겼지만 덕분에 호수에서 배를 타고 올려다보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은 또한 장관이라나.

댐의 높이가 아찔하다. 수직으로 200여m 까마득한 밑이 무시무시하고 가물가물하다.

이 댐은 낙차식이 아니라 수압식이라고 한다.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날이 어두워져 이 모습은 애석하게도 자세히 보지 못하고 뒤돌아서

호수근처 페이지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어두운 밤을 달리고 또 달려 9시경에야 케납이라는 도시에서 여장을 푼다.

몹시 피곤하긴 한데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어 답답하다.

아내는 아기처럼 참 잘도 잔다.

부럽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