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플래닛에서 이동)

미국 서부지역 여행기 -2-

犬毛 - 개털 2009. 1.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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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지역 여행기 -2- 

*제 4 일

<케납 - 메사 - 브라이스캐년 - 자이언캐년 - 라스베가스 - 호텔구경 - 숙소 - 쥬빌리쇼

- 야경(분수 쇼, LG 대형 멀티비전) - 숙소 - 슬럿머신>

  

식사가 시원치 않다. 컵라면을 먹다. 오늘 무척 바쁜 날이란다.

아침(거의 새벽) 일찍 케납을 출발한다.

제법 쌀쌀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매섭게 춥지는 않다.

메사라는 곳을 지난다. 메사는 식탁이란 뜻.

이 곳에는 유령의 집이라는 호텔이 있는 데, 귀신이 나온다는 방은 숙박비가 꽤 비싸고

유명인사들의 사인이 벽에 많이 남아 있다고.

또 이쪽 지역은 맛있는 사과의 생산지로서 다른 주로 반출이 거의 없이 유타주에서만

다 소비된다나.

이곳 유타주는 몰몬지역. 수도는 솔트레이크시티. 80%가량이 몰몬교도로서 전 미국에

약 800만 정도란다. 이들은 철저히 술을 금하고 음료도 카페인 없는 음료만 마신다.

이들의 선조가 서부를 향해 데스밸리를 지나거나 또는 로키산맥을 넘어 많은 희생을

치루면서 바닷가라고 생각하고 솔트레이크 호수 주변에 정착했던 것.

다분히 해학적인 것은 몰몬교도 중의 한 못 말리는 술주정뱅이 브라이스라는 사람이

바로 브라이스캐년을 맨 처음 발견했다는 사실.


눈밭에 아름다운 시골 풍경들이 보인다. 가도 가도 하얀 눈밭이고 멀리로 눈 덮인 높은

산들이 이어져 보인다.

지나는 길에 맛보기라며 좌우에 붉은 색 레드캐년이 보인다. 이건 소규모다. 조족지혈.

좌우로 로데오 경기장이 몇 개 보인다.

시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아주 번창하다고.

여기가 브라이스캐년 입구란다.


주차장에서 역시 좌우로 쌓인 눈길을 헤치고 5분여를 걸으니 브라이스캐년이 나타난다.

아 악!

세상에 이런 일이!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붉은 첨탑들이 주렁주렁 하늘에 수도 없이 매달렸다.

이곳은 비나 바람 등의 침식과 풍화에 의해 만들어진 웅장하고 거대한 붉은 성이다.

울긋불긋 각각 지층의 떡시루같이 켜켜이 겹겹 놓여진 색깔을 따라서 수백 수천의 뾰족한

성들이 휘황찬란하게 줄줄이 늘어서 있다.

마치 진시황제 묘의 수천 병마용처럼 고고하게 붉은 탑산들이 말없이 줄 섰다.

이 역시 어찌 말로 무어라 표현하랴.

그랜드캐년과는 전혀 다른 어떤 묘한 맛이다.

계곡 아래로 보이는 사람이 개미만 하다.

카 아!

...................... !


아내가 화장실 간 사이 눈밭에 “진옥 하트그림(사랑) 원선” 이렇게 쓰고 몰래 사진 찍었다.

지금 이 여행 중에는 사진 찍느라 난 참 바쁘다. 아들놈이 새 것 사고 버린 구형 디카를

고쳐 들고 온데다 그게 못 미더워 우리가 늘 사용하던 반자동 필름 카메라도 가지고 와서

두개를 번갈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거기다 이놈의 디카는 작동법도 잘 몰라서 대충 무조건

막 눌러 찍어대니까 웬 놈의 배터리귀신이다.

미국이 110V를 쓴다고 하여 충전기도 안 가지고 왔더니 반나절에 두 알씩 잘도 먹어댄다.

남들에게 자꾸 우리를 찍어달라기 귀찮아 주로 아내만 홀로 세워놓고 계속 찍어댄다.

허 허 허.


브라이스캐년을 떠나 3대 캐년의 마지막 째 자이언캐년을 향한다. 잠시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간다.

버진리버를 옆으로 끼고 고갯길을 구불구불 오르는 듯 하더니 슬쩍 자이언캐년으로 접어

든다. 악마의 얼굴이라는 암산이 나타난다.

대단하다. 

엄청난 바위산이 시야에 꽉꽉 들어찬다.

병풍처럼 늘어선 거대한 바위산들. 머리 위에서 우리가 탄 버스를 금방 허물어져 덮칠 듯이

깎아 세워져 있다. 시커먼 굴로 들어서며 몇 개의 작은 창문을 내다본다.

기가 막힌 광경이 내다보인다.

아이구머니나!

이걸 어찌한다냐!

굴을 벗어나자 드러나는 엄청난 광경!

그림도 아니요 사진도 아니요 멀쩡히 뜬 내 눈에 콱 콱 들이 박히는 이 엄청난 장관!

잠시 차를 길가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아 하 미치게도 여기서 디카의 배터리가 끝난다. 예비배터리가 동 났다. 부리나케

반자동 필름 카메라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아내를 이리 세우고 저리 세우면서.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웅장하고 까마득한 바위산이다. 

자이언캐년을 벗어나기 직전에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오르시는

형상의 바위를 본다. 차창 밖으로 셔터를 눌러 댔으나 잘 찍혔는지 모르겠다.

이리하여 3대 캐년을 다 구경하고 라스베가스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아무튼 미국은 무지무지하게 넓다.

가도 가도 길이요 산이요 들이요. 하긴 지금 여행하는 지역이 미국의 겨우 3-4개 주를

수박 겉핥듯이 지나치는 것이니 참..........허 허 허.

모두 피곤하여 고개를 뒤로 제키거나 푹 숙이고 잠이 들었다.

아내는 나보고 잠자지 말라고 꼬집어 놓고는 제가 먼저 내 어깨에 기대어 코를 곤다.

잠든 아내의 귀여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렇게 장거리로 먼 여행을 다녀도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않은 아내가 참 대견하다.

나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잠도 푹 자지 못하고 사실 내색 안 해서 그렇지 허리가

내내 아픈데다 엉덩이도 쑤시고 온몸이 배배틀려 꼬여서 죽을 지경이다.

에-이! 모르겠다.

나도 함께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잠들어 버린다.


흠칫 깨어보니 어두워질 무렵인데 라스베가스에 막 들어선다.

라스베가스는 원래 풀밭이란 뜻이라고.

이 도시는 네바다 남동부 사막 한가운데 오로지 도박과 관광으로만 먹고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도시란다.

결혼과 이혼이 가장 쉬운 도시라고도 한다.

밤낮없이 휘황찬란한 카지노의 왕국이며 호텔 숙박료가 싸고 음식 값이 싸기로도 유명

하다. 하기는 그래놓고 슬금슬금 눈 베고 코 베고 간 꺼내가는 곳 아닐까?


스트레이트스피어 호텔의 300m 높이 탑 위로 놀이기구가 가물가물 움직인다.

회전의자와 하강기구가 움직이는 게 눈으로 겨우 보인다. 우와 끔찍하다.

노랗게 금빛으로 반짝이는 세계 최고급 윈 호텔은 화이브 스타가 아닌 화이브 다이아몬드급

이라는데 주말 하루 이용료가 600달러부터란다.

엠 지 엠 그랜드호텔은 엘리베이터가 99개나 되고 객실은 6000여개인데 하루 한 번씩

방을 옮기며 다 사용해보려면 무려 16년이 걸린다나.


우리는 베네치아 호텔을 구경했는데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지하주차장에서 호텔 중앙 로비까지 걷고 에스컬레이터도 타고 갔는데 십여 분이 걸렸나?

거기에 풍물광장이 있는데 거의 축구장 넓이정도.

한쪽에 베네치아처럼 물길이 있어서 배를 타고 호텔 안 유람을 하며 하늘은 돔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투명 인공하늘이라 언제나 항상 파란데 하얀 구름이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거리의 성악가를 위한 작은 무대도 있어서 마침 공연중이다.

맥주홀과 간이음식점이랑 각종 기념품점이랑 질서 정연하게 빽빽하다.

광장 꼭대기에는 투명 인공 하늘지붕이 있으니 절대 비 걱정은 안한다.

아내가 물길 산책로 옆 으리으리한 패션 의상실엘 들어가 원피스 한 벌의 가격을 보니

17000달라 라고.

허-걱! 1700만원 아닌가?

아내를 모델로 세워놓고 사진만 한 장 찍었다. 히 히 히.


오랜만에 한국식 저녁을 먹는다. 된장찌개에 불고기. 대포 소주 한잔에 나른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와 주빌리쇼를 본다. 일인당 80달라의 거금이다.

오랜 역사동안 프로그램에 변함이 없단다. 늘씬한 무희들의 춤 솜씨가 현란하다.

미국 최고의 춤 실력이어야 여기 무대에 설 수 있다한다.

극장의 객석 규모는 별로지만 무대가 심상치 않다. 장치의 변화가 무궁무진하고 대단하다.

왕년에 연극무대에 여러 번 서 본 나로서는 삼손과 데릴라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연기와

화려한 분장과 의상, 번적이는 조명보다는 무대장치의 허물어지고 부서지는 기법이 교묘

하고 정밀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굉장하다.

멋진 공연이었다.

라스베가스의 야경을 둘러본다.

호수에서의 분수 쇼는 정교하다. 분수의 강도와 높이 방향등을 조절하여 원을 그리

거나 빗살무늬를 만들거나하는 것은 정말 예술이었다.

거리의 휘황찬란한 야경은 정말 불야성이다. 이 조명은 밤낮없이 계속 반짝인다.

숙소 앞의 거리 양쪽 건물을 잇는 지붕에 돔 형태로 축구장 두 배 크기의 전광판 시설이

있는데 세계최대 규모란다. 바로 우리나라의 LG가 그 시설을 단독 설치했다는 것이다.

마침 전광판에서 멀티 쇼를 하는 데 약 십분 동안 근처상가의 조명등이 꺼지고 오로지

이 쇼를 환하게 볼 수 있었다. 모퉁이에 LG의 로고가 아주 선명하다.

으쓱.


11시경에나 숙소로 돌아와 호텔 카지노에서 슬럿머신 앞에 앉았다.

이곳 라스베가스의 온 천지 사방 모든 곳 특히 호텔에는 어디든지 카지노가 설치되어 누구

라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도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신비하다.

공인된 도박의 천국이 바로 여기다.

아내는 여우다.

100달러짜리는 내게 다 맡겨두고 20달러나 10달러 또 1달러짜리는 제가 다 가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치밀한 고단수의 수법이냐 말이다. 나만 어리어리한 바보였다.

겨우 20달러를 얻어 십분 만에 날리고 다시 20달러를 얻어 삼십 여분 만에 또 날렸다.

간간이 삐롱빼롱 벨이 울리기는 했지만 다 싸구려벌이에 지나지 않았고 결국은 끝장.

허무하다.

아내는 처음 얼떨결에 배짱 좋게 무얼 모르고 1달러짜리 머신에 앉아 40달러를 벌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아내도 모름지기 금방 몇 십 달러 날렸으리라.

원래 노름은 절대 안한다는 게 내 지론.

얼른 일어서야지.

하긴 뭔 팔자로 라스베가스에 와서 내가 돈벼락을 맞겠나?

개털이. 

허 허 허.


*제 5 일

<라스베가스 - LA - 유니버설 스튜디오 - 허리우드 거리 - LA 공항 - 인천 공항>


새벽부터 어수선하다. 너무 일찍 나서느라 정신이 없다. 버스에 올라 LA로 향하면서

피곤이 엄습한다. 며칠동안 푹 잠을 못자서 실컷 잠자고 싶기는 한데 도무지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졸며 내다보며 졸며 내다보며 비몽사몽간이다.


50만평 규모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입장료 수입으로는 적자란다.

얼핏 보아 아이들이 오기에 참 재미있는 곳이라 느껴진다.

공포 체험장에도 들어갔고 만화영화제작방도 둘러보고 초현대판 우주영화 아이맥스도

보았다. 

한참 기다려서 전동열차를 타고 한국어로 안내를 받으며 촬영 스튜디오를 돈다.

아 정말 대단하다.

죠스와 쥬라기 공원 영화를 찍은 야외세트라든가 각종 영화의 배경이 되는 거리들.

비행기의 추락잔해 실물. 007영화에나 등장하는 초현대식 자동차 등등 무한하다.

세트장 안에서 위험한 사고인 충돌과 화재와 폭발장면 등등의 트릭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사실 영화촬영의 각종 기법을 알면 실제 영화는 고양이 세수하는 거다.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얼떨결에 등 떼밀려 탄 것이 롤러코스터인데 정글 속으로 들어가던 보트가

굴속으로 들어가 위로 치솟았다가 아래로 곤두박질 칠 때 아내는 아예 점퍼를 뒤집어

썼고 꺅꺅 비명을 질렀다.

사실 나도 무서웠지만 꾹 참고 안 무서운 척 거들먹거렸다. 히 히 히.


어두워질 때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떠나 허리우드 거리로 간다.

거리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통행인이 아주 많다.

약 2Km에 걸쳐 유명배우들의 이름과 사인 손 발 도장들이 길바닥에 찍혀있다.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애꾸눈잭 드라큐라 등등의 영화인물 분장을 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가 함께 포즈를 잡아준다. 아마 팁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미국 여행을 하면서 느낀 우리와 다른 간단한 두세 가지 문화라면 줄 서는 것과

팁 주는 것과 서로 쉽게 말로 인사를 나누는 것 일 게다.

라스베가스에 비해 허리우드거리는 뭐 그리 대단치는 않다.

예술적 가치뿐인 가 보다.


LA 공항에 도착하다.

출국수속을 밟고 면세점에서 아내에게 손 잡혀 알뜰 쇼핑을 했다.

각각 제게 맞는 도수의 예쁜 돋보기와 선글라스를 하나씩.

허 허 허 - 제 눈에 안경이라고.


잠시 자고 또 깨었다가 또 잠시 자고 깨었다가 또 자고를 반복하면서 왔던 길을

되짚어 간다. 일반석의 장거리 비행은 정말 지겹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자라고 권하는

데 난 술 마시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며 오줌만 자꾸 마려우니 미칠 노릇이다.

아 아 하루 밤이 하늘에서 지나간다.

인천 공항에 안착하다.<끝>


*추신: 

참고로 많은 사진은 사진 방에 순서대로 올려놓았으니 기행문내용을 생각해 가며

슬라이드 쇼로 또는 마음대로 확대해 보시라. 사진이 썩 시원치는 않겠지만.

난 절대로 글을 유색 영상 방에는 올리지 않는다.

그림이 바탕을 흔들면 글이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까닭이다.

제멋대로 사는 개털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080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