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우연偶然이냐 인연因緣이냐

犬毛 - 개털 2010. 1.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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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偶然이냐 인연因緣이냐

犬毛 趙源善



여행 중에 북인도의 고속도로 황량한 벌판 이름모를 주유소 화장실에서

고등학교 동창 놈을 불쑥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2010년 1월 25일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키키 비치 어느 호텔에서의 일이다.

그녀는 내 방의 룸서비스 담당인데 청소 중에 서울본사의 여행사직원이 보낸 과일 바구니의

카드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 설마 하는 참에 외출했던 우리부부가 들이닥쳐 황급히

내 얼굴을 확인했지만 너무 당황하여 입이 안 떨어지더란다.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다시 방문을 두드렸다고.

“선생님!” 하고 부르며 눈물이 글썽한 그녀는 결혼하여 이민 온지 꽤 오래이며

1981년과 82년(여고 1, 2학년 때) 2년을 계속 내게 배웠고 나를 몹시 좋아했다나(?).

1980년 내가 첫 교편을 잡은 학교의 그러니까 30년 전 제자다.

같이 늙어가는 나이.

명함 한 장을 건네주고는 스케줄에 쫓겨 금방 나와야했고 그녀는 한국에서 가족이 와서 내일부터 휴가란다. 미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내 불찰을 후회하던 끝에 저녁에 데스크에 가서 사연을 밝히고 그녀의 이름을 물으니 김 S A -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다.

다음 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커다란 초콜릿 선물 상자가 탁자위에 놓여있다.

“선생님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양 S A 드림.”

아 아 그랬던가? 아마 부군의 성이 김씨였나 보다.

늘 그랬지만(?) 난 아내 앞에서 참으로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 세계에 내 제자가 퍼져 있노라. 의젓하게 잘 커서 멋진 가정을 꾸려 열심히 일하고 씩씩하게 사는 사랑하는 내 제자. 

마침 내 시집詩集 한권이 있어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하여 S A 에게 준다고 사인하여 포장했다. 지하층 룸서비스 본부를 찾아가 혀 짧은 실력으로 내가 그녀의 여고시절 선생이라 설명했더니 원주민인 듯한 대머리 남자가 자기 일처럼 놀라며 반가워한다.

돌아서는 가슴이 찌릿하다.


이건 결코 우연偶然이 아니다.

선생과 제자의 끊어질 수 없는 영원永遠한 인연因緣이다.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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