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犬毛 趙源善
오 분
치마단 말아 쥐고 버선발로 성큼 금방 문 차고 뛰어들 것 같은
소주 첫 잔의 짜릿짜릿한 설렘이다
십 분
배시시 웃으며 빼꼼 고개 디밀고 하얀 이 가지런히 드러낼 것 같은
소주 석 잔의 달짝지근한 아쉬움이다
삼십 분
뭔 피치 못할 사정이 급히 생겨 조금 늦게 허겁지겁 쌔근쌔근 달려올 것 같은
소주 아홉 잔의 아기자기한 끄나풀이다
한 시간
지금 귀여운 그 새대가리가 아마도 약속을 홀라당 까맣게 잊었을 것 같은
소주 열다섯 잔의 떫디떫은 땡감이다
두 시간
내 생전에 다시 또 이런 꼴로 비참하지는 않으리라하며 마치 수염이 쑥쑥 자라는 것 같은
소주 스무 잔의 바드득 바드득 이갈음이다
두 시간 오 분
아마 이게 제시간에 맞춰 오긴 하다가 무슨 불의의 엄청난 사고를 당했을 것 같은
소주 스물 석 잔의 허우적거리는 어리석음이다
예서제서 정에 눈멀어 창밖 산들바람에도 출렁거리는 가련한 뭇 임들아
모름지기
끄나풀에서 궁둥이 툭툭 털어야
기다림의 뒷맛이 정녕 아름다울 것이라.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