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가만히 가라앉아야 했다

犬毛 - 개털 2007. 11. 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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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가라앉아야 했다

犬毛 趙源善



이 세상사는 모든 누구누구의 별의 별 수많은 시간들

바다 속 깊이 하염없이 뭉게뭉게 떠도는데

하필 

왜 내 것만 맨 귀퉁이로 찍 밀려나

인정머리 없는 파도에 두들겨 맞고는

거품으로 철썩 하얗게 부서져

순식간

거기 

아무런 아우성도 발악도 묘비도

아니,

어떤 흔적조차 없이

말끔하게 모래밭 속으로 깊이깊이 파묻혀 버리느냐 말이다.


섬뜩 등줄 곧추서더니

이내 

뒷맛 몽실몽실하고 보들보들하고 너무나 따듯하여져

포근히 죽어가는 솜털 같은 우아한 감촉

아득하니 간질간질

이 느낌!

아니다 그게 아니다

여태껏 

뒤꿈치 시린 줄만 알았으니

어떻게든 위로 떠오르려고 부둥켜 악다구니로 바득바득 허우적거렸던 게야.


가라앉아야 

가만히 가라앉아야

그냥 가만히 가라앉아야

두려워도 참고 그냥 가만히 가라앉아야

서두르지 말고 두려워도 참고 그냥 가만히 가라앉아야

숨이 막혀도 서두르지 말고 두려워도 참고 그냥 가만히 가라앉아야 했다.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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