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犬毛 趙源善
마치 돈 꿔간 놈처럼
내내 굽실굽실 눈치만 슬슬 보더니
나발 한번 멋들어지게 불고
어쩌다 거기 딱 앉는 순간부터
내 언제 그랬냐며
푸줏간 칼 들고 쓱쓱 남의 살 막 베어내더라
하긴 이미 죽은 고기라 피도 눈물도 없지만
그것 참
사주팔자가 사람 잡는다
두고 봐야지
만수무강이 얼마나 가는 가
주둥이 터지고 볼 할퀸 생채기 아물기 전에 또 촐랑 맞을 짓 하는 꼴
그나마 성한 코뼈 부러지고 손모가지 잡아 꺾일까 걱정 된다
작으면 빗방울이 다 튀어나가고
원래 큰 그릇에 물이 많이 괴는 거란다
보아하니
겨우 한 뼘 밭떼기 양쪽 둑 허물어진
애들 고누판인 걸
놀다 지겨우면 발로 쓱쓱 밟아 지우는 아주 쓰기 쉬운 한 글자
있잖아 왜
그거 진짜 힘든 거야
사지 멀쩡한 놈이
누군가에게 늘 감시당하며 하다못해 똥 누고 뒤치다꺼리까지 받아봐라
결코 해먹을 짓 못 된다니까
빛난다고 으스대 뻐겨봤자 정말 한 없이 외롭고
혼자 고집부리다가 결국 욕이나 실컷 먹지
모두 다
헛되고
헛되고
헛된 거야.
마법사왕비와 거울공주와 건달왕자와 팔순경비견의 나라
우리 집 왕국
거기
나도
골빈 왕이야.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