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깍두기

犬毛 - 개털 2007. 4. 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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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犬毛 趙源善



칼질을 잘 못해

삐뚤빼뚤

크거나 잘거나

좌우지간 무를 설컹설컹 썰어

쓱쓱 소금절이고 젓국물 주르륵 부어서

다진 마늘이랑 생강 몇 조각 저며 넣고

설탕 한 줌 쥐어 휘둘러

좍좍 고춧가루 뿌려 주물럭주물럭 벌겋게 뚝딱 버무리면

거기 나름대로 손맛이 묻혀지는 법.


입맛대로 달다 쓰다 짜다 맵다 이러쿵저러쿵 무어라 탓해도 좋지만

꼬락서니하고 어찌 그게 깍두기 축에 끼냐 정색하고 물으면 참 곤란하지

아, 칼질 때문이라

겉 못 생겨도 깊숙한 속 맛은 좋다니까요

마늘이나 깔 줄 아시는가?

그래 김치에 물 부으면 물김치라고?

상에 올린 정성을 보아서 한 번 찍어보셔야지요

아 하 그리 못 하신다면

임 마음대로 설렁탕이나 잡숫고 어서 가셔요

커피는 셀프 서비스로

백 원 동전 하나

내가 거저 드릴게.


천 번 물어도 내가 만든 건

분명히 깍두기올시다

깍 두 기.


부디 안녕히 가시길.

<0704>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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