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犬毛 趙源善
겉만 보아서
속은 알 수 없어요
삶은 선과 악의 싹이 무수히 뒤섞여 막 자라는 밭이야
제 각각 쭈그리고 앉아
이 싹 다듬고 저 싹 다듬으며
쥐뿔도 모르면서 제 맘대로 뽑다가 심다가
하나 둘 잎이 나와 무성히 자라면
제가 잘하는 줄로 알지
기쁜 노래로 기고만장 물 주어가면서
아름다운 햇빛 싱싱한 바람은 다 가져다가
마치 제가 제일인 양
어깨 으스대며 바벨탑 꼭대기에 희망을 펄펄 키우지
그러나 막상
몽우리 열어 꽃 피는 날 되어
온통 검은 꽃으로 물결치는 걸 보게 되면
때는 이미 늦은 것
모래성처럼 와르르 허물어져서
언제나
저지른 만큼 그대로 돌려받게 돼
세상은 악의 뿌리가 아주 튼튼하거든
하얀 꽃은 늘 비실비실 해
뻔한 일이지
사는 게 그렇다니까.
그러니
겉으로 고운 척 미소 지으면서
속으로 욕심의 칼을 갈지 마
항상 너를 바닥에다 깔고
늘 착하게 살라고
알겠지?
<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