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비웃음
犬毛/趙源善
이천 일곱 번째 첫 아침
돼지대가리 올려진 밥상에 줄 서서 절 한다
참 웃기지
아 하 그놈 입 쭉 찢어진 모양이 먹성 끝내주게 잘 생겼다
만 원짜리 몇 개 귀때기에 꼽고
죽어 삶아져서도 저리 웃어야만 하는 엄청 복(?)받은 팔자라
모가지 위로만 덩그러니 버티고 앉아 겉은 싱글벙글
내심
아마 속으로
“에 라, 이 맛도 모르고 껄떡거리는 인간들아!” 하고 비웃는 게 분명하다.
날 봐라
백두부터 한라까지 금수강산 몸뚱이지
머리털 끝부터 발톱까지 어느 한 부분 허투로 버릴 데가 있더냐?
머리 목 어깨 가슴 갈비 다리 허리 볼기 꼬리 발 간 허파 내장 뼈다귀 껍데기
이름 하여 일 겹 이 겹 삼 겹 사 겹 오 겹
탕 찜 무침 구이 볶음 지짐 튀김
삶고 데치고 볶고 튀기고 굽고 무치고 갈고 누르고 삭혀서
모두다 남김없이 너희 인간들의 뱃속으로 공양하지 않았느냐
거기 오줌통도 축구공으로 차고 놀았으며
하다못해 털도 구두 솔로 쓴다니 어찌 내가 자랑스럽지 아니하랴?
감사하시라
내 앞에 엎드려 진심으로 감사하시라
내 모든 걸 날마다 맛나게 잘근잘근 씹어 삼키시는 분들
내 참 맛 진짜 알고는 계신 가
때 없이 살찌우느라 울며불며 억지로 우겨넣는 사료 맛을 아시는 가
그저 죽기위해 허우적거리며 물불가리지 않고 먹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가
진주를 던져놓고 낄낄 놀려 헤아리시는 대단하신 분들이여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 아니 만분의 일
돼지의 슬픔을 생각하신 적이 있는 가
제 돈 내고 배 터지게 제 구덩이 파시는 위대한 인간들이여
먹이사슬의 도도한 윗분이시여
먹은 입이 있으면
그 고상하신 혓바닥으로
바른 말
딱 한번만 하시라
“꿀! 꿀! 꿀!” 이라도 좋으니.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