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야夜시장
犬毛/趙源善
겨울비 추적거리는 날
모퉁이 그 집엘 가야 먹은 것 같다며
도란도란 찌그러진 양은대접 휘휘 물냉면을 저어 마시고
행여 놓칠까 아내 손 꼭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골목골목
비닐봉지와 곡예하며 바글바글 사람의 숨결에 묻혀본다.
에누리를 가운데 놓고 이리 오너라 하는 곳
밀고 당기는 승강이가 짜증나지 않은 곳
한 틈 어둠이 발붙일 자리 없는 곳
그래서 밤이 없는 곳
여기저기 왕비의 요술거울이 번쩍번쩍 각각의 얼굴을 비추어 주는 곳
눈빛의 염력으로 서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뱅글뱅글 오르락내리락 돌고 돌아도 새로움이 사방에 온통 휘황찬란하다
홍등미인 뺨 발그스레한 아름다운 꿈의 인형들이
무지개 빛깔 옷치장하고
부둥켜 보듬으며 세련되게 춤추는
어화 둥둥 엄청난
무도장이다.
밑졌다 본전이다 말하면서도 좋아 웃고
속는다고 알면서도 안 속는 척 속아도 좋다 깍은 맛에 또 좋아 웃고
돈 써서 좋고 돈 벌어 좋고
짜릿한 즐거움일랑 거저 덤으로 주고받는
동대문 시장.
쭉쭉 빵빵 탱탱 삼삼 야들야들 발랑발랑 몽실몽실 아롱아롱
그리고 진짜 살아 있는 심장의 고동소리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이다.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