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동대문 야夜시장

犬毛 - 개털 2006. 12. 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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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야夜시장

犬毛/趙源善



겨울비 추적거리는 날

모퉁이 그 집엘 가야 먹은 것 같다며

도란도란 찌그러진 양은대접 휘휘 물냉면을 저어 마시고

행여 놓칠까 아내 손 꼭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골목골목 

비닐봉지와 곡예하며 바글바글 사람의 숨결에 묻혀본다.


에누리를 가운데 놓고 이리 오너라 하는 곳

밀고 당기는 승강이가 짜증나지 않은 곳

한 틈 어둠이 발붙일 자리 없는 곳

그래서 밤이 없는 곳

여기저기 왕비의 요술거울이 번쩍번쩍 각각의 얼굴을 비추어 주는 곳

눈빛의 염력으로 서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뱅글뱅글 오르락내리락 돌고 돌아도 새로움이 사방에 온통 휘황찬란하다

홍등미인 뺨 발그스레한 아름다운 꿈의 인형들이

무지개 빛깔 옷치장하고

부둥켜 보듬으며 세련되게 춤추는

어화 둥둥 엄청난

무도장이다.


밑졌다 본전이다 말하면서도 좋아 웃고

속는다고 알면서도 안 속는 척 속아도 좋다 깍은 맛에 또 좋아 웃고

돈 써서 좋고 돈 벌어 좋고

짜릿한 즐거움일랑 거저 덤으로 주고받는    

동대문 시장.


쭉쭉 빵빵 탱탱 삼삼 야들야들 발랑발랑 몽실몽실 아롱아롱

그리고 진짜 살아 있는 심장의 고동소리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이다.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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