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경
犬毛/趙源善
동네에 큰 불 났는데
길 건너편이라고
유명상표 높다란 긴 의자에 자빠져
침 질질 날이면 날마다 사랑수작이나 주저리주저리 읊조리는 허섭스레기들
홀로 왈왈 짖어대는
구멍가게 똥개를 비웃지마시라
비록 족보 없고 볼품없더라도 때맞춰 깃발 흔드는 소신 하나는 분명하니까
미식과 편식과 폭식으로 뚱뚱 배 비어져 나온 눈먼 골빈 귀족들아
거센 회오리바람 몰아치면 길 하나쯤은 문제도 아니지
명품이든 짝퉁이든 순식간에 다 타버리는 거야
제집 아니라 딴청피우다간 금방 길바닥에 나앉을 터
길들여진 그 꼬락서니로는
이내 굶어 죽을 게
불 보듯 뻔하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구경하나보다
쯧 쯧.
<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