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푼수

犬毛 - 개털 2006. 11. 1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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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수

犬毛/趙源善




남 앞에 안 그런 척 으스대지만 솔직히 내가 좀 푼수인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항상 누군가 시시콜콜 돌봐주는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그런데 이 세상에서 제일로 나를 잘 아는 건 바로 아내라고요

나보다 더 오래 살면서 죽을 때 까지 잘 보살펴 주면 좋으련만

아! 

그걸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아내와 마주 앉으면 늘 내 조금 있는 고상高尙(?)한 걸 다 버려버리지요

온갖 엉뚱한 짓을 하면서 재롱을 부려야 되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돈 안 들이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많이 웃을수록 오래 산다니까요

그 짓거리도 자주 하다보니 서로 이력이 붙어 웃기는 게 꽤 어려워졌어요

머리 허연 놈이 주절주절 엄청나게 애쓰는 그 꼴을 상상해 보시라고요

아무튼 이 푼수 머리로 궁리궁리 하여 날이면 날마다 호호 허허 함께 웃지요

어쩌면 아내가 우습지 않은 데도 그냥 웃어주는 지 잘은 모르지만요

좌우지간 억지로라도 웃으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니겠어요? 

있잖아요, 아내의 활짝 웃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또 제일로 예뻐요

자지러지는 큰 눈 자글자글한 고운 실주름 하얗게 가지런히 드러나는 앞니랑

아 유! 정말 귀엽다니까요

이제 그만하라고요?

팔불출이라고요?


맞아요!

나 푼수인 걸요 뭐,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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