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犬毛/趙源善
도르르 말린 돼지 껍데기를 질겅거리다가
문득
벽 가운데 기둥에 못 박힌
벌거벗은 달력이 걸친 윤 자르르 흐르는 몽실한 모피코트를
슬쩍
술잔에 동동 띄워봅니다.
말이 그러하더이다.
미운 놈이 중얼거리면 공연히 개 짖는 소리고요
누가 읊으시면 옥쟁반에 구르는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밥이 또 그러하더이다.
사촌이 먹는 건 그저 이밥이고요
누가 자시는 건 임금님 표 특 상품 진미 햅쌀밥이라고
피마저 그러하더이다.
차바퀴에 끼어 부러진 뒷다리를 버둥거리는 들 고양이는 흔하디흔한 O 형이고요
텃밭 홀랑 뒤집고 꿀통까지 쑤셔먹는 곰은 귀하디귀한 R H (-) 형이라고
글도 그러하더이다.
돈도 그러하더이다.
힘도 그러하더이다.
죄도 또한 그러하더이다.
복까지도 그러하더이다.
아 아 그렇지만, 그게 다 팔자 아니겠습니까?
그냥 툭툭 털고 살아야지요 뭐
자 몽실하게 한잔하시고
또 질겅이나 합시다.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