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그냥

犬毛 - 개털 2006. 7. 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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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犬毛/趙源善



나는 하고 싶으면 반드시 해치워야지 그냥 못 참는다.

나는 벌떡 일어나 문방구로 달려간다.

나는 코 묻은 아이들을 헤치고 용감하게 그것을 산다.

나는 참으로 즐거워 돌아오는 걸음걸이까지 산뜻하다.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못해 콕콕 뒤 꼭지의 혈압이 오름을 느낀다.

나는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 신문지를 깐다.

나는 시작한다.

나는 눈이 가물거리는데다가 손도 무뎌져서 바들바들 떨린다.

나는 세 번이나 부러뜨린 후에 겨우 성공한다.

나는 마음이 흡족하여 아주 기분이 상쾌하고 짜릿하다.

나는 이것을 쓸 일이 없다.

나는 불현듯 그냥 연필을 깎고 싶었을 뿐이다.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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