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隱退
犬毛/趙源善
이제 서로 손을 놓는다는 것이
아주 영원히 멀어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만
그저 날마다 보지 못한다는 서운함 뿐이지요
어디 우리가
하루 이틀 얼굴을 마주 했던가요
핏대 세우던 술자리는 좀 뜸해지겠지만
이건 처음 만날 때 이미 기약했던 자리이니
오늘일랑
간이고 혈압이고 다 집어치우고
코 삐뚤어져 봅시다.
허기야
나라고 여기 늘어지게 붙어있는 게 아니요
임이 조금 먼저 궁둥이를 들었다는 게지 뭘
아이구야 눈가가 촉촉 하네요
겉옷하나 벗어부친 게 뭐 대수라고
아무쪼록 곱게 늙어
제발 우리
“너 누구냐” 하면서
지팡이 부들부들 떨지나 맙시다.
자
애들에게 입버릇으로 하던 말
“아, 졸업이 곧 입학”이라고
암튼
축하 합니다!
한 잔!
<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