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時代의 아버지는 없다
犬毛/趙源善
내 아버지의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하셨듯이
그건 얘기로만 들었지
내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하셨듯이
그건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다
그렇게 똑같이
나는
어제 저녁
내 아버지의 상석床石아래 깊숙한 틈바구니에
비닐봉지로 꽁꽁 여민 빳빳한 만원 다섯 장을 넣어드렸다.
어느 날 저녁
이미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
어젯밤 꿈에 네 할아버지가 “나 돈 좀 주렴”하시더구나 차 몰고 어서 오거라
그 밤을 달려
내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 상석아래 꼬깃꼬깃 돈 넣어드리는 걸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지만
내 아버지의 눈물이 적신 건
바로 내 가슴이었다
까끌까끌했던 아버지의 턱수염이 하얗게 시들어져감이 서러웠었다.
나 이제 내 아버지 그 나이 되어가지만 아들놈은 팔자 좋아 유학留學중이라
시절이 하 수상하고 흉흉한 이 때
입버릇처럼 이미
나 죽으면 쓸만한 건 챙겨 남 주고 찌꺼기는 태워버리라 말했으니
왠지
그다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궁상 같아서
아들놈 아버지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하셨듯이
아들놈 아버지인 나의,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하셨듯이
아들놈 아버지인 내가, 내 아버지에게 하듯이
과연
내 새끼가 나에게 그리할까?
나 구시렁대는 소리 듣던 아내 왈曰
“당신 꿈도 참 야무져요. 당신이 넣어둔 이 돈도 아마 알면 꺼내 갈걸요”
아버지 앞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웃었다
내리는 어둠처럼 까만 눈물이 나오도록.
내 아버지와 내가 했듯이
밤을 달려 돌아오는 길
내 자동차는 전조등을 껌벅이며 붕붕 울었지만
두 시간 동안
나는
이 시대時代의 아버지는 없을 거라는
참으로
가엾은 생각을 했다.
결국
내 아버지가 마지막 아버지일까?
<0605>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