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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

犬毛 - 개털 2006. 5. 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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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

犬毛/趙源善



흔히 뱁새라고들 부르지요.

 

비비이 배배 비비이 배배

나지막이 고운 노래 부르며

호젓한 찔레나무아래 올망졸망

붉은 머리 갸웃갸웃 오목한 눈 반짝반짝

살래살래 꽁지 흔들고 줄 맞춰 예쁜 춤추며 

야금야금 아지랑이처럼 살아요

엉큼한 뻐꾸기가 몰래 둥지에 제 알 한개 숨기고 가면

알아도 모르는 척 내 새끼처럼 뼈 빠지게 키워

그걸로 화를 내거나

기른 정 내가 어미라고 부귀영화를 바라지도 않아요

난 욕심이 뭔지도 몰라요

그렇게 산다고요.


어 허 “뱁새가 황새 쫓으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니

이 무슨 천만의 말씀

내 생전 황새와는 단 한번도 만난 적 놀아본 적이 없어요

저 먼 나라에서 셋방 살러 온 거만한 철새는 치켜 올리고

이 나라 알토란같은 토박이 텃새는 깎아 내리니

그저 몹시 작다는 것

그저 너저분하고 야트막한 풀밭 덤불아래 막 산다는 것

그저 노래 소리조차 너무 작아 잘 안 들린다는 것

그저 먹는지 굶는지 내버려둬도 된다는 것

그저 무더기로 죽어도 눈에 안 뜨인다는 것

이보시오 난 따라가려 하지도 않거니와 따라갈 이유도 없소이다

나도 날개달린 분명한 새라니까요

헌데

내 가냘픈 가랑이가

뭔 죄가 있나요?


제발 

“붉은머리오목눈이”로 불러 주시오

그게 진짜 내 이름이라오.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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