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머리오목눈이
犬毛/趙源善
흔히 뱁새라고들 부르지요.
비비이 배배 비비이 배배
나지막이 고운 노래 부르며
호젓한 찔레나무아래 올망졸망
붉은 머리 갸웃갸웃 오목한 눈 반짝반짝
살래살래 꽁지 흔들고 줄 맞춰 예쁜 춤추며
야금야금 아지랑이처럼 살아요
엉큼한 뻐꾸기가 몰래 둥지에 제 알 한개 숨기고 가면
알아도 모르는 척 내 새끼처럼 뼈 빠지게 키워
그걸로 화를 내거나
기른 정 내가 어미라고 부귀영화를 바라지도 않아요
난 욕심이 뭔지도 몰라요
그렇게 산다고요.
어 허 “뱁새가 황새 쫓으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니
이 무슨 천만의 말씀
내 생전 황새와는 단 한번도 만난 적 놀아본 적이 없어요
저 먼 나라에서 셋방 살러 온 거만한 철새는 치켜 올리고
이 나라 알토란같은 토박이 텃새는 깎아 내리니
그저 몹시 작다는 것
그저 너저분하고 야트막한 풀밭 덤불아래 막 산다는 것
그저 노래 소리조차 너무 작아 잘 안 들린다는 것
그저 먹는지 굶는지 내버려둬도 된다는 것
그저 무더기로 죽어도 눈에 안 뜨인다는 것
이보시오 난 따라가려 하지도 않거니와 따라갈 이유도 없소이다
나도 날개달린 분명한 새라니까요
헌데
내 가냘픈 가랑이가
뭔 죄가 있나요?
제발
“붉은머리오목눈이”로 불러 주시오
그게 진짜 내 이름이라오.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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