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멸치

犬毛 - 개털 2006. 3. 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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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犬毛/趙源善



접시위에 발가벗고 올망졸망 드러누웠다

그놈이 다 그놈이겠지만

뒤적뒤적

오늘의 연緣을 찾아

이리저리 뒤집어본다.


이 눈

바다를 하얗게 번쩍번쩍 바라보며

이 지느러미

바다를 날렵하게 휘 휘 젓고 누벼

이 주둥이

바다를 머금어 뻐끔뻐끔 마셨을 터

대단한 깡다구

그래도 결국 내 혀에 질겅질겅 씹히는 팔자八字라니

어 어

참 쯧쯧.


마침 그 꼬리 닮은 아내 눈초리가

삼가 애도哀悼하는 푼수를

심드렁하니 바라본다.


이 아침 나는 멍텅구리가 되어

말라비틀어졌지만 위대偉大한 멸치 한 마리의 시신屍身을

아주 맛나게

한편

꽤 슬피

되새김한다.

<0603>


*주해: 멍텅구리 - 뚝지. 육식성 민물고기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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