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犬毛/趙源善
접시위에 발가벗고 올망졸망 드러누웠다
그놈이 다 그놈이겠지만
뒤적뒤적
오늘의 연緣을 찾아
이리저리 뒤집어본다.
이 눈
바다를 하얗게 번쩍번쩍 바라보며
이 지느러미
바다를 날렵하게 휘 휘 젓고 누벼
이 주둥이
바다를 머금어 뻐끔뻐끔 마셨을 터
대단한 깡다구
그래도 결국 내 혀에 질겅질겅 씹히는 팔자八字라니
어 어
참 쯧쯧.
마침 그 꼬리 닮은 아내 눈초리가
삼가 애도哀悼하는 푼수를
심드렁하니 바라본다.
이 아침 나는 멍텅구리가 되어
말라비틀어졌지만 위대偉大한 멸치 한 마리의 시신屍身을
아주 맛나게
한편
꽤 슬피
되새김한다.
<0603>
*주해: 멍텅구리 - 뚝지. 육식성 민물고기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