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거꾸리

犬毛 - 개털 2005. 9. 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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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리  

犬毛/趙源善



비가 오려나?


허리가 지끈지끈

오십여 년 세월歲月의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쭈그러진 추간판椎間板이 너무도 불쌍해

내가

나를

거꾸리에 매달아야 한다.


웬 걸

이내

무수한 심장박동이 한꺼번에 몰려 머리통을 쿵쾅쿵쾅 삽질하고

빙글빙글 나선형螺旋形의 헛구역질이 솟구치면

뒤집혀 보이는 아내의 얼굴이 무슨 우주의 괴물 같고

거실천정에 

혼魂 떨어진 별들이 폭죽爆竹처럼 날뛰어

낮술 오르듯이l

앞이 

하얗다.


아 아!

그렇다

내게 주렁주렁 찰거머리로 들러붙은 이것들은 

내가 내 멋대로 내 신나게 꿰어 찬 욕망慾望의 무거운 쇳덩이들

덜그렁 덜그렁대다

푹 푹 내 쑤시는 

요통腰痛보다 더 무서운 심통心痛이니

이건 아무 소용없는 짓거리

내가

나를

거꾸리에서 끄집어 내린다.


내 발등 내가 찍었으니

비가와도 

그만이다.<0509>


* 주해 ; 거꾸리 - 척추교정이나 디스크의 물리적 치료에 쓰는 운동기구.

   발목을 매달고 거꾸로 매달려, 체중을 이용하여 척추 사이의 눌린 간격을

   늘려주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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