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아줌마 <犬毛/趙源善>
사시사철
월남검정바지
싯누렇고 두툼한 오리털 점퍼
연보라 스카프만 예쁘게 졸라 맨
뒷머리 엉켜 붙은
늘 무언가 중얼거리는
김밥집 앞이나
포도장수 트럭 옆이나
야시장 족발가게 뒤
시커먼 비닐봉지 들고
멍하니
아니 물끄러미
좌판 보고 땅 보고 하늘 보고
나 어설프게 지갑 만지작거리는 사이
저 만치
무언지 슬픈 향 풍기고
오늘도 또
휑하니 지나쳐버리는.
난
참으로
1000원어치 용기가 없어
그녀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아주
비겁한 놈이라
슬프다.
스카프 아줌마.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