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스크랩] 닦고 조이고 기름쳐라

犬毛 - 개털 2005. 6. 30. 15:42
닦고 조이고 기름쳐라

너의 자동차 앞바퀴에서 빠진 암놈나사를
저 아래 하수구 속에서 내가 주웠다.

입술에 침 묻혀 대충 절하더니
철 놓치고 마지못해 핀 개나리에 입 찢어져
우리 피무늬 짜깁기한 양복 걸친 어깨에
우리 뼈 갈아 반죽한 사랑의 열매 매달고
색 안경 낀 도끼눈으로 곳간차 사과상자만 세니
금싸라기 섬 금잔디 밭 빨간 줄친 그 동네
대문만 열면 다 네 집이냐 거긴 딴 나라로구나
언젠가 똥바가지 휘둘리던 곳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살아서 사사건건 난장인가
이쪽으로 주르르 저쪽으로 주르르 줄 바꿔 서서
누구를 위한 개 같은 짓거리더냐
삿대질 욕질하다 제풀에 지쳐 더러운 거품 흘리며
아침엔 발바닥 비비고 저녁엔 손바닥 뒤집어
뜬금없는 짓거리 족보치마나 들췄다 내렸다
밀고 당기고 메치고 던지고 비트는 마구잡이 씨름판
꼬집고 할퀴고 후비던 기름 낀 얼굴
그 꼴 누가 본다고 번쩍 번쩍 사진만 찍나
할일 배고픈 쌀알만큼 많고 갈길 우는 바다만큼 먼데
지축이 뒤틀려도 꿈쩍 않는 양반들
여보게들 의뭉떨지말고 도리질이나하시게 응!

우리 피 말라붙어 이제는 더 빨아도 나올 피 없다.
우리 뼈 다타버려 담배로 말아 피워도 나올 연기 없다.
우리 맘 열어도 남은 건 오로지 먼지 묻은 탄식 뿐
그래도
나는 이대로 널 내버리진 못해.

여기 - 너의 잃어버린 바로 그 나사.
해 뜨면
길 떠나기 전에
닦고 조이고 기름쳐라.
05.01.04. 犬毛 .

출처 : 닦고 조이고 기름쳐라
글쓴이 : 개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