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년)

하얗게 산다

犬毛 - 개털 2021. 1. 9. 13:26







하얗게 산다
견모 조원선

폭설에 한파가 사흘째. 제주섬 시골 귤밭마을. 산책 한시간반을 걸어도 사람 못 만나고 하루종일 집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누적적설량이 50cm 가량. 그저 야외마루만 통로개척하고 쌓일때마다 잠시잠시 뚫어놓고. 눈은 계속 내린다. 현관에서 대문까지 25미터는 제설 포기. 대문밖 큰길은 차 통행 거의 없다. 그냥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 개는 현관에 넣고. 가끔 열어주면 펄펄 놀고. 영하3도니까 곧 영상 될 거다. 일없어서 아내랑 냉장고 뒤집었다. 냉장고가 총 3대니까 다 옮겨놓고 완전 청소. 한달이상 먹을 게 있다. 난방보일러가 4대있는데 어제부터 온수가 전부 다 안 나온다. 난방도 1층 우리 사용하는 것만 작동. 며칠째 온수꼭지도 조금씩 틀어뒀고 밤중에 난방기도 두어시간씩 돌렸는데 얼었나보다. 어쩌랴. 이곳이 워낙 따듯한 곳이라 난방기는 다 옥외설치. 물론 박스는 다 만들어져있지만 이상한파에는 대책 없다.
물끓여서 머리감고 왕의 밥상 아침먹고. 티븨 시청. 뉴스 빼면 트로트고 예능재방이다. 지겹다.
창밖 내다보며 글 끄적이다가 졸리면 낮자이나 자자.
애들 시집 장가 보내 집 한채씩 마련해줬고 우리부부 제주에 집짓고 잘 살고있으니 뭐가 문제랴.
대충 그런대로 큰병없이 건강하니 세상만 조용하면 좋겠는데.
나라꼴은 개판이고 코로나까지 지랄질이니 그게 늘 맘에 걸린다.
아무튼 눈이 하얗다. 이렇게 하얀맘으로 하얗게 감사하며 행복하게 산다. 아멘.
(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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