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잡아 잡수
견모 조원선
속알머리 없어. 난청에 이명이야. 안경벗으면 안 보여. 내 이빨 몇 개 안돼. 어제 뭘 했는지 생각 안 나. 얼굴에 버섯투성이고. 허리는 시큰거리고 비쩍 말라 갈비가 드러났어. 무릎 시고. 팔다리 저리고. 손발 차고 무뎌. 고지혈증에 야뇨증까지. 제주섬 깡촌에 살고 지갑에 돈 얼마있는 지도 몰라. 위염이면서 날마다 막걸리 마시고 개 끌고다니며 글이랍시고 개소리만 주절거려. 세수도 잘 안해. 수염도 2주에 한 번 깎지. 어쩔 겨? 날로 먹을 겨? 구워먹을 겨? 삶아먹을 겨? 뭔 맛 있겠어?
(20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