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욕쟁이 마누라

犬毛 - 개털 2020. 6. 19. 10:32

욕쟁이 마누라
견모 조원선

생각없는 놈 ㅡ 날짜를 자꾸 묻는다고
머리 나쁜 놈 ㅡ 물계를 전혀 모른다고
술에 미친 놈 ㅡ 약 먹으며 술 처먹는다고
성질 더러운 놈 ㅡ 두번을 못 참는다고
정신없는 놈 ㅡ 제 물건을 종일 찾는다고
징그러운 놈 ㅡ 때없이 자꾸 손을 잡는다고
일 없는 놈 ㅡ 글 쓴답시고 전화기에 매달렸다고
짜증나는 놈 ㅡ 한번에 못 알아듣는다고
불 안 끄는 놈 ㅡ 화장실불 제대로 끈 적 없다고
굶어죽을 놈 ㅡ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골이 텅 빈 놈 ㅡ 매일 넋놓고 뭘 생각하냐고
허당 몽유병 환자놈 ㅡ 꼴에 왜 밤새 나라걱정하냐고

이 여편네 욕질은 날마다 새롭다
도대체 끝이 안 보인다
욕이 맛난 술안주라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나는 이 욕이 진짜로 좋다
(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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