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막걸리 유감

犬毛 - 개털 2019. 12. 17. 14:36

 

막걸리 유감

견모 조원선

 

여태껏 육십육년 살았는데 대학 입학해서부터 마셨으니까 사십칠년간 술을 마신 거다.

내 생각에 난 대여섯번 쯤 몸이 꺾어진 것 같다. 이름하여 나름 신체적 갱년기를 말한다.

군 제대하고 27즈음이 1차.

결혼후 십년된 38즈음 2차.

그 다음이 45무렵에 3차.

다음이 55무렵 4차.

60때 5차. 65에 6차.

이제는 작은 물도랑도 엉금엉금 기어야하고 쌀 한 포대를 번쩍 못들고 쩔쩔 매는 처지에 이르렀으니.

올 봄에 위염과 역류성식도염으로 수개월간 약 복용하며 어쩔 수 없이 술을 끊었었고. 얼마 전에는 연사흘 설사하느라 곯았고. 요근래 아내가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어제 남산봉 등산 다녀오다가 눈치껏 애교(?)부려서 겨우 막걸리 한 병 집어들고와 저녁에 반주로 마셨는데 그나마 그거 한 병 ㅡ 딱 석잔 ㅡ에 취해 초저녁에 뻗어버렸다. 천하의 술꾼 개털이 이거 되겠습니까? 아 아! 인생무상입니다요. 흑흑흑.

(191217)

'詩 (201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엿장사  (0) 2019.12.20
못 찾겠다 꾀꼬리  (0) 2019.12.19
핵 동백 실험  (0) 2019.12.17
한심한 것들  (0) 2019.12.16
성산포문학 9집 발간  (0) 2019.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