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유감
견모 조원선
여태껏 육십육년 살았는데 대학 입학해서부터 마셨으니까 사십칠년간 술을 마신 거다.
내 생각에 난 대여섯번 쯤 몸이 꺾어진 것 같다. 이름하여 나름 신체적 갱년기를 말한다.
군 제대하고 27즈음이 1차.
결혼후 십년된 38즈음 2차.
그 다음이 45무렵에 3차.
다음이 55무렵 4차.
60때 5차. 65에 6차.
이제는 작은 물도랑도 엉금엉금 기어야하고 쌀 한 포대를 번쩍 못들고 쩔쩔 매는 처지에 이르렀으니.
올 봄에 위염과 역류성식도염으로 수개월간 약 복용하며 어쩔 수 없이 술을 끊었었고. 얼마 전에는 연사흘 설사하느라 곯았고. 요근래 아내가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어제 남산봉 등산 다녀오다가 눈치껏 애교(?)부려서 겨우 막걸리 한 병 집어들고와 저녁에 반주로 마셨는데 그나마 그거 한 병 ㅡ 딱 석잔 ㅡ에 취해 초저녁에 뻗어버렸다. 천하의 술꾼 개털이 이거 되겠습니까? 아 아! 인생무상입니다요. 흑흑흑.
(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