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펑펑 울다
견모 조원선
아랫집 아우는 혼자살면서 농사짓느라 새벽에 나가 저녁에 들어온다. 개를 키우는 데 새끼를 낳았는지 새끼가 죽었는지 다쳤는지 별관심 없다. 흰개가 어미로 검정새끼 둘이다. 아랫집 개들의 돌봄이는 오지랖넓은 아내 솜털이 몫. 매일 아침저녁으로 생선끓인 즙에 밥을 섞어 비벼준다. 열악한 환경에서 새끼 네마리 중 하나 교통사고로 죽고 하나는 행방불명 결국 둘 남았는데 닷새전에 하나가 안보여서 아내가 애태우더니만 또 지나는 차에 깔려 오른쪽 뒷다리를 다쳐 마루밑에 숨어있었던 모양. 하루만에 다리를 질질끌고 나와 아내와 내가 밥과 항생제를 먹이고 부목을 대주려고 했으나 포획에 실패. 덧나지 않도록 항생제를 계속 먹여온 오늘 이놈이 발을 살짝 딛고 절뚝걸음을 걸으며 꼬리를 흔든다. 아내가 바닥에 퍼질러앉아 펑펑 운다. 회복되어줘서 감사하다고. 아이고야ㅡ 난 이런 마누라 데리고 산다. 나까지 눈물이 나오네. 허 이거 참. 다행한 일이다. 흑흑.
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