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희망

犬毛 - 개털 2018. 9. 22. 13:54

희망

견모 조원선

    

어젯밤 외계인끼리 나누는 암호 문자를 낚아채서 수신하여 해독했다

지구별이 미개한 인간들의 무지로 인해 내구기간이 훨씬 앞당겨져 자폭증세를 보이므로 인종정리에  들어간다고

오묘하고 경이롭고 잔혹하고 냉정하고 끔찍한 어마어마한 자연의 징벌적 대재앙이 계속 이어질 것 이란다

나는 눈에 숟가락을 매달고 귀에 젓가락을 꽂고 코에 잠망경을 박고 생각을 차곡차곡 빗질하고 손발을 양치질한 다음 입에는 민들레홀씨를 물었다 착한 바보가 되어야 한다

깊이 반성하고 회개하며 납죽 엎드려 행동거지를 삼가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일순 뱃속 내장에서부터 보글보글 술 익는 거품이 일더니 목구멍으로 울컥 희망 한 모금이 줄 타고 넘어온다

독한 새벽잠 한 쪼가리 안주로 취한 물컹한 아랫도리에 찔끔하니 오줌소식이 따르릉 따르릉한다

    

구름 틈새로 빼꼼 햇님의 이빨이 하나 보인다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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