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쑥밭

犬毛 - 개털 2018. 6. 25. 14:25
쑥밭
견모 조원선

쑥밭이다.
제철 만났다고 온 들판에 쑥들이 기고만장 지랄발광이다. 그래 몸 바쳐 충성할 기회를 주마.
쑥 쑥 쑥 쑥.

못 봐 주겠다.
시퍼렇게 날선 낫 들고 나섰다. 나는 쓱쓱 베고 아내는 담고. 큰 물통 두 개 가득 채웠다. 속 시원하다.

개 연병장에서 하루 종일 말렸다. 한 번 뒤집어 주고. 저녁에 차곡차곡 포장했다. 마른 꼬라지가 시들시들 꼴 좋다.
좀 덜 말린 거니까 바람이 잘 통해야 한다. 몽이랑 둥이는 아빠가 뭐하나 궁금하지도 않나보다. 자식들!

쑥들에게 뜨거운 불맛을 보여 줘야지. 한여름에 바람이 안 부는 날 모기가 한창일 때 몽둥이 집앞에 네놈들을 불태워 연기를 피울 것이다.
바로 모기쑥이다!
ㅎㅎㅎ.
(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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