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년)

여행

犬毛 - 개털 2014. 8. 14. 23:12

여행

犬毛 趙源善

 

시커먼 묘혈 속으로 진입하자마자 마치 범퍼 카처럼 사방에서의 무지막지한 포격에 혼비백산. 껍질이 벗겨지고 내장이 튀어나오고 뼈가 아작아작 부서지는 엄청난 고통. 이내 끈적끈적하고 물컹거리고 소름끼치는 감촉. 깊고 긴 암흑 속에 부딪고 내던져지고 짓밟히는 만신창이. 부스러지고 뭉개지고 녹아져 파도처럼 억지로 떠밀려가는 거품덩어리. 클라이맥스 직전의 헐떡거리는 증기기관차 숨소리. 그때 아무 표식 없이 갑자기 사라진 궤도. 귀를 애무하는 이미자의 간드러진 음성. 미아리고개를 넘지 못하고 비실비실 뒷걸음치는 낡은 열차. 비릿하고 지독한 냄새의 채찍질과 아우성.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자작탈출이 영영 불가능해진 정액.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유전자. 타버린 연탄재에 얻어맞아 박살난 거울. 그 그림자에 비친 일그러진 영정사진. 썩어져가면서도 내내 햇빛을 갈망했던 허무. 김밥 한 토막의 꿈. 똥집이라는 막장.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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