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행랑
犬毛 趙源善
퇴직준비휴가 첫날, 짐 싸들고 낚시를 떠나 양평 용문산자락에서 혼자 밤을 지새운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더듬으며 서울 막걸리 두 통을 나발 분다. 모래무지와 추억과 고요와 시간을 낚는다. 자동차에서 한 잠 자고는 새벽녘에 빈 낚시를 드리우면서 끊었던 담배를 몇 대 피운다. 오후에 지인과 통화하여 홍천, 인제를 거쳐 원통 그의 산장으로 간다. 지인은 중국과 몽고를 무려 20일간 여행하고 오늘 새벽에 도착했다면서 두말 않고 저녁밥상에 술을 내 놓는다. 참 좋은 사람이다. 자네가 선택한 퇴임을 축하한다며 중국의 동북공정 이야기며 몽고여인의 그윽한 아름다움 등등 특유의 입담을 줄줄 쏟아 놓는다. 막걸리 서너 통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말리지 않으면 밤새워 마시면서 끝없이 얘기할 것이다. 졸린다. 그가 만든 국화차를 한 잔 마시고 먼저 자겠노라 하고 씻는다. 세상모르고 푹 잔다. 새벽 5시에 오줌이 마려워 잠이 깬다. 자고 있는 그를 깨우지 않고 살며시 떠난다. 언제나 여기 놀러오면 그랬듯이........새벽바람이 제법 차다. 어두운 길 위에 내 차가 홀로 내달린다. 이건 이미 터놓은 줄행랑이다.<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