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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趙源善 원고 “투쟁鬪爭” 외 9편 및 프로필

犬毛 - 개털 2009. 6. 17. 19:10
趙源善 원고 “투쟁鬪爭” 외 9편 및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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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鬪爭


새벽이다
인정사정없이 여기저기 들러붙는 찰거머리 요통腰痛
차라리 벌거벗고 밤꽃아래 봉방蜂房을 콱콱 쑤셔볼까?
제발 환란患亂을 벗어나게 해 주십사 기원祈願하는 가련可憐함이 부끄럽다
착검着劍 돌격은 9부 능선을 돌파突破한 최후의 정석작전定石作戰으로 미뤄두고
어쩌란 말이냐 이 얽히고설킨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상황狀況
띠 둘러 횃불 켜들고 기치旗幟 흔들며 펄쩍펄쩍 작두 오르는 굿판 벌리면
그 흔한 민주民主 귀신鬼神이 눈 꾹 감고 젯밥 거둬주시면 좋으련만
늘 황당무계荒唐無稽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억지 몽상夢想은 무한無限히 공짜다
벌러덩 나자빠져 벽에 똥칠하는 화가畵家될까 심히 두려운데
여전히 원수怨讐 같은 등줄기는 쩌릿쩌릿해서 필설筆舌을 다 죽였다
이리 비틀어보고 저리 쪼그려보고
무심無心한 아침은 오늘따라 아주 비릿하다.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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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撞球場


하얀 알 빨간 알 노란 알
울鬱은 높고 창窓은 없는 초록 감방 안에서 알들이 빙글빙글 논다
죄罪없이 창槍질 당한 알들의 숨바꼭질은 속이 빤히 보이는 듯하지만
알을 밀고 알을 당기고
알을 벗기고 알을 돌리고 알을 깨고
알을 빼고 알을 박고 알을 모으는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재미라니
탄식歎息과 탄성歎聲이 알 구를 때마다 튀어나오고
종일의 짜증을 매캐한 연기로 불태우는 눈알들이 이리저리 허공을 교차할 때
제가끔 승부勝負를 계산計算하는 주판알은 아주 냉정冷情하다
덮어쓰기 마지막 딱 한 판 잡으면 꿩 먹고 알 먹는다는 배짱으로
알로 까진 입가심 생맥주 욕심이 밤을 안주삼아 잡아먹는데
모두의 음습한 사타구니에는 풀죽은 불알들까지 축 늘어졌다
거기 시계 없는 지하실에는 참으로 알이 우글우글하다.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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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하얗게 홀라당 까발린 엉덩이가 눈에 너무너무 환해
얼떨결에 정신 놓고 한 무더기 집어와 참 예뻐서 샀노라 낄낄 웃으니
주책없는 영감이 요상하게도 또 무슨 회蛔가 동動한 모양이라고 종알종알.

싱싱한 - 대파가 - 한 단에 천원 - 한 단에 천원 -
싱싱한 - 대파가 - 한 단에 천원 - 한 단에 천원 -

메아리로 박제된 확성기 소리가
시름시름 고장 난 허리아래를 맥없이 콕콕 찍는다.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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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反芻


비스듬히 드러누워 질겅질겅 씹다보니 온 세상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나뒹구는 막걸리 통 속에 한탄과 고뇌가 꾸역꾸역 갇힐 때
열불이 휩쓸고 간 눈알은 김치 국물 색깔로 번득이는 데
돌개바람 덕분에 먼로의 희뿌연 속살을 더듬던 바로 그 음탕한 놈
마른하늘이 천둥 번개의 막춤 발놀림으로 노랗게 어지러운 동안
간이든 쓸개든 창자든 닥치는 대로 들러붙어 제 물건 좋다 난장판이더니
금방 허물어질 바벨탑만 구더기처럼 자꾸 기어오르는 꼬락서니
영락없는 하루살이 날갯짓이라
반쯤 눈 감고 되새김질하다가 빙그레 웃는다.

간지러운 궁둥이를 움찔거려보다가 이내 긴 꼬리로 파리를 휙 쫒는다.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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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예쁘면똥도구수하고며느리가예쁘면태운밥도달다
밉다고자꾸생각하면미운털만속속드러나게마련이니
예쁘다생각하고예쁜데만골라예쁘게보자
그저미운건다지워주고가려주고깔고앉아야해
너나나나열심히그렇게살다보면세상이차차예뻐지겠지
사는동안미움이란걸아예없는걸로하자
아무쪼록우리예쁘게살자
너참진짜예쁘다
나어때?

곰은잘드려다보면생긴것도예쁘고대단히민첩하며엄청나게영리하다.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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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내일은 없다


그제 젊음과 낭만과 욕심과 명예가 죽었고 어제 슬픔과 원한과 후회와 아집이 죽었으니
오늘일랑 남은 희망과 평화와 기쁨과 사랑을 한껏 누려야합니다
절대 내일은 믿지도 말고 기대하지도 마셔요
그 내일이란 것이 맞이하는 순간 바로 오늘이 되는 까닭입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내일이 날마다 오늘을 죽이는 군요
없는 내일이 날이면 날마다 오늘을 꼬여내 어제와 그제라는 시신으로 생매장 합니다
허공 위에 떠다니는 저 흉악한 내일은 진짜 상습살인범이지요
내일은 하여튼 신기루와 같으니 나는 무조건하고 미친 듯 오늘을 실컷 즐긴답니다.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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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못나서
저만 힘든 양
죽고 싶다고 함부로 말 내뱉지 마라.

껍질 울퉁불퉁
가시 삐죽삐죽
옹이 불쑥불쑥
뿌리 꾸불꾸불
아무 쓸모없다 구박받아도 묵묵부답
음지건 양지건 아무데서나
모진 풍파 막무가내로 잘 견디다가
초여름 한 철 금수강산 사방 천지에
뭇사람 홀리는 달디 단 꿀 향수를 온통 흩뿌리며
새하얀 꽃잎 눈처럼 마음껏 휘날리는 저 아름다운 오뚝이를 보아라.

네게 주어진 그릇만큼 물을 담아야지
맨 처음부터 여러모로 잘난 놈은
원래 없느니라.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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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石窟庵 본존석불本尊石佛


굴 안에 숨은 게 아니다
굴 안에 갇힌 게 아니다
굴 안에 계신 것이다.

도도히陶陶히 자리한 저 고고孤高 엄숙嚴肅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자태姿態는
굴 밖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온통 헤아려
질병과 증오와 고통과 빈곤과 전쟁과 불행과 죽음을 두루두루 손바닥 속에 다스려
잔잔한 미소微笑 한 모금 속에 영원永遠히 녹인
그 무거운 짐 덩어리를
오로지
당신 혼자 짊어지신 대단한 까닭이다.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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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물 한 모금으로 하늘 한 번 마시고
물 한 모금으로 하늘 한 번 내뱉고
병아리처럼 날 맑아서 웃지요
병아리처럼 날 흐려서 울지요
꽃은 슬그머니 저 혼자 잘 피고
꽃은 슬그머니 저 혼자 잘 지고
개미는 부지런하다면서 겨울잠이 너무 길고요
개미는 부지런하다면서 겨울잠이 너무 깊고요
4월은 누가 잔인하다지만 아주 따뜻해요
4월은 누가 잔인하다지만 아주 찬란해요
내 가여운 생각 속에 꼭꼭 숨겨진
내 가여운 생각 속에 꼭꼭 숨겨진
문득 보고 싶은 얼굴
문득 보고 싶은 얼굴.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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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白木蓮



솜털 뽀송뽀송한 아가씨
봄바람 꼬드김에 깜박 넘어가
흐물흐물 제 손으로 속곳 내리고
흰 속살 홀라당 드러내
뭇 건달들 휘둥그런 눈알 빼내어
애간장 뚝뚝 녹여내더니
그도 잠시
이내 갈가리 흩날려 처참하게 짓밟히는 냉혹한 끝자락.

오호 애재哀哉라
휘황찬란輝煌燦爛 삼일천하三日天下
목련일생木蓮一生 일장춘몽一場春夢.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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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모犬毛 조원선趙源善

54년 생.
양정고. 고려대.
고대극예술동우회원.
서문여고 배문중 번동중 녹천중 현재 태랑중 근무.
개인시집 <장미의 피> <개털 1>.
공저시집 <빈 가지에 이는 바람소리>외 다수.
E-mail jws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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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시 말미의 <연 월>은 지우지 말고 그냥 살려 주셔요.
“곰”은 의도적인 붙여 쓰기입니다.
프로필 사진은 적당히 멋진(?) 걸로 넣어주시고............
출처 : 趙源善 원고 “투쟁鬪爭” 외 9편 및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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