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일기
犬毛 趙源善
오늘 아침 실로 오랜만에 태극기를 꽂았다.
바야흐로 시월이라며
가을이 익어간다는 둥 이런저런 인사치레 날아드는 데
치맛자락 여미라는 샛바람 타고
아리송한 말들이 볶이는 콩 튀듯 난무 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작사 작곡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노래
골목 여기저기 끼리끼리 노는 애들 싸움 끝 앙앙 코피 터지는 소리까지
한껏 비위 틀린 하늘
열리기는커녕
부슬비만 투덜투덜 뿌려댄다.
에-라 나가자 나가
명절 술타령 열 받은 위 염증이니 죽이나 좀 드시고 당분간 쉬라는 진단까지 버무려
파 숭숭 얹어 부친 빈대떡에 탁주 걸치는 이유
아, 태극기 비 맞을 게 걱정스러워서
그럼! 말 되고말고
대포로 딱 두 방이야
슬슬 간이 배 밖으로 나오려할 때 일어서야 해
목 추겼으면 살아야한다
“왜 좀 더 놀다 가시지”
“아유 마누라 무서워”
“벌써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백수라 돈도 없다니까 자꾸 꾀이시네.”
내 코가 석자란 말은 절대 안 했으니 됐어
참 잘 했다
씁쓸하니 뒷짐 진 궁둥이가 구리다.
밤새 쓸쓸히 비 맞을 태극기가 불쌍해서 공손히 걷었다
한글 생일까지 그냥 놔둬도 된다지만
안 된다
태극기가 우는 건
난
정말 싫다
그 날은 그 날이고.
침대에 시체처럼 누웠다
끅 끅 부글부글 지글지글 쪼르륵쪼르륵 쿡 쿡
속이 쓰린 건지 아린 건지 쑤시는 건지 아픈 건지
노랫소리 심드렁하다
아리랑-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역사적인 시월 삼일이
나를 또
배 아프게 했다.
<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