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犬毛/趙源善
이
불같은 밤
엎치락뒤치락 절절매며
깜박깜박
비몽사몽 헤매다 퍼뜩 아래층 담배연기 한줄기로
이게 웬 일?
나
작렬하는 붉은 악마들 한 떼 가운데
달랑
엉덩이 깐 채 양변기 타고 쭈그려 앉아있으니
등줄기에 뜨끈한 피가 땀처럼 줄줄 흐르는 듯
고래고래 함성 귀청을 때리고
이 무슨 경우
타임머신을 타고 왔나 어쩌면 좋은가?
눈치껏 물을 자꾸만 내려도 설사는 끝없이 부지직거리고
아이구야 이제 그만 일어나 바지를 추켜야 하는데
대-한-민-국 짜 작-짝-짝짝!
엉거주춤 내 꼴을 보려
날 겨냥하는 수많은 벌건 저 눈총들
아 아
나는 언제 일어나나
밑구멍이 까뒤집혀 내장까지 다 흘러나오려나보다
으흐흑
결국 깜깜 까무러치고
저 먼 하늘
꿈지럭 꿈지럭 먼동이 틀 때
잔디구장 한 가운데 여전히 홀로 쭈그린 나
찝찝한 비참이 뇌리를 스치고
지독한 탈수는 텅 비워진 관람석 의자처럼 줄서서 어질어질 빙글빙글 게슴츠레
오금이 워낙 딱 굳어져 움직일 수조차 없다.
어쩌나?
열대야가 생사람 잡는다.
<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