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ㅡ 2022년부터 2723

노는 준비되었다

노는 준비되었다 견모 조원선 우와! 아침부터 펑펑 눈 온다. 소철눈꽃 예쁘다. 어제 읍내치과에 갔다가 대기환자가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오다가 길가에 수확하고 버려진 무밭을 발견. 무도 무청도 싱싱하다. 걷어부치고 둘이 들어가 자재(?)조달작업. 한시간 반만에 차에 가득. 체면차릴 필요없다. 아내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야! 알지? 여보, 우리 대학나왔잖아." ㅡ 그래, 우리 대학나와서 칠십을 바라보며 무 줍고 있구나! ㅡ 우리는 깔깔깔 웃었다. 잘생긴 무와 기념촬영. 집에 와서 무와 무청을 잘 저장하고. 이제 물 들어올 때(눈 멎고 날씨가 좋아지면) 주문받은 무청 삶아 말리고, 무말랭이 쓸어 말리는 소일작업에 들어갈 거다. 개털과 솜털은 이렇게 산다나. (220205)

핸드폰

핸드폰 犬毛 趙源善 이 세상 모든 게 겨우 손바닥 안의 반 뼘 널빤지 속에 몽땅 들어있어서 보고 읽고 쓰고 지우고 밀고 당기고 좁히고 벌리고 감추고 캐고 말하고 퍼뜨리고 흉보고 욕하고 찍고 더듬고 속이고 알리고 보내고 받고 듣고 노래하고 춤추고 넣고 빼고 좌우지간 남녀노소가 온통 고놈 널빤지 속에 풍덩 빠져 오만가지 지랄발광 와글와글 지글지글 난리법석 난장판이라 사람과 사람으로 주고받던 정다운 눈길과 따듯한 대화가 싹 사라졌네요. 그 물건은 저 세상 가는 길 딱 하나만 모른다하니 떠날 때 홀라당 벗고 알몸으로 가면서 핸드폰 그놈만은 꼭 목에 걸고 갑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