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년)

나 어쩌라고

犬毛 - 개털 2021. 10. 9. 08:28

나 어쩌라고
犬毛 趙源善

바늘귀가 “난 머리다!”하고
무수리가 “난 공주다!”하고
아궁이는 “난 불이다!”하고
나 진짜 정신없다

손을 안 씻어도 더럽고
이를 안 닦아도 더럽고
밑을 안 씻어도 더럽고
나 진짜 구역질난다

모기는 모기끼리 모이고
빈대는 빈대끼리 모이고
벼룩은 벼룩끼리 모이고
나 진짜 미친다

등 긁어 준다하고
밥 먹여 준다하고
잠 재워 준다하고
나 진짜 발등찍힌다

가위는 보를 이긴다고
보는 바위를 이긴다고
바위는 가위 이긴다고
나 진짜 머리 아프다
<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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