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년)

내 친구 오리

犬毛 - 개털 2021. 1. 14. 15:01





내 친구 오리
견모 조원선

엊그제 전화로 불쑥 책 한권 보낼 게 주소보내라더니 오늘 택배가 왔는데 상자가 대형. 패딩과 바지, 조끼, 털모자. 마후라, 손수건, 책2권은 곁다리다. 한 보따리. 이 무슨? 띠링 전화왔다. 택배사에서 배달하자마자 발송자에게 연락이 가는 모양.
야 개털! 제주 폭설과 혹한 소식에 급히 보냈으니 따뜻하게 입고 건강해. 짜샤! 또 질질 짜지말고 알았어?
헉 ㅡ 눈물이 핑 돈다. 귀신같은 오리란 놈.
알았어. 짜샤!
십여년 전에 인도에서 아주 우연히 만난 적도 있는 지독한 인연의 고등동기동창 친구. 오리부부는 북쪽에서 내려오다가, 나랑 아내는 남쪽에서 올라가다가 인도시골의 한 주유소 화장실에서 기막힌 만남을 가진 것. 야 개털! 야 오리! 우리는 부둥켜안고 겅중겅중 뛰었었다.
해마다 책과 옷가지를 챙겨보내주는 고마운 친구. 내 제주생활을 꾸준히 응원해주는 오십년지기.
고맙다. 오리야!
양정친구들아!
(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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