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예삐ㅡ우리 곁을 떠나다

犬毛 - 개털 2020. 8. 29. 09:34








예삐ㅡ우리 곁을 떠나다
견모 조원선

가는 길이 옳은 건지 오는 길이 옳은 건지 누구도 모른다.

그제 밥주러 갔을 때 그리도 반기던 예삐가 오늘 안 보인다. 불러도 안 온다. 밥과 물을 주고 지나갔는데 불길한 예감. 근처 농장주인이 들개드나드는 게 싫다고 약을 놨다고했는데. 돌아오며 같은 길을 되짚었다. 아내의 눈이 예리하다. 다리밑 제방아래 개울풀숲에 누운 예삐를 발견했다. 내려갈 수도 없는 위치다.
강아지때부터 6개월간의 인연. 게다가 임신한 것 같았는데. 아내가 털썩 주저앉아 통곡한다. 난감하다.
예삐는 세상에서 1년을 못살고 갔다. 우리와의 추억이 행복이었을까?

사랑과 증오는 같은 값으로 공존한다.
누구에게 낙원이 누구에겐 지옥이듯이.

예삐! 잘 가거라 ㅡ 안녕!
안녕!
(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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