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파김치사건

犬毛 - 개털 2020. 4. 4. 12:25

 

 

 

 

 

파김치사건

견모 조원선

 

텃밭 쪽파가 꽃대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해줬더니 어제 낮에 한 소쿠리 뽑아와서 부엌에서 꾸물꾸물 파김치를 한통 담거놓고 저녁에 찍 뻗어서 그냥 잔다. 자기가 파김치(?)가 된 거다. 조용히 안 깨우고 혼자 라면 한 그릇 끓여먹다가 들켰다. 어떻게 사람이 그러냐고. 밥안 차려주면 빵 한쪽 구워 먹거나 라면 한 쪼가리 겨우 끓여먹고 때우냐고. 남들은 남자가 요리도 잘한다는 데 겨우 설거지나 해주고 손하나 까딱 안 하냐고 들이댄다. 그냥 웃었다. 붙어봐야 손해.

오늘 아침에 생선 대가리 튀겨주면서 어두일미야 이거나 드셔하고 내민다. 큭 또 암말 못하고 그냥 맛나게 먹었다. 막걸리 한 잔이랑.

좌우지간 말대답 안 하고 시비 안 붙는 게 무조건 좋은 거다. 입에 풀칠하고 살려면.

난 아내가 참 예쁘다. 그런데 예뻐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무섭다.

어쨌거나 저녁때는 싱싱한(?) 파김치를 먹어야지. 허허허.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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