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짱아
견모 조원선
두어달 전부터 들개 모자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궁금해도 알 수 없다. 들개밥 안 챙겨서 편하다했더니 아내가 또 오지랖질 시작했다.
아랫집은 혼자사는 남자가 아침 6시에 일 나가면 밤 늦게야 들어온다. 그집 개를 아기때부터 보며 짱아라고 이름도 붙여주더니. 사실 참 불쌍하다. 물그릇이 비어있거나 목줄이 뒤엉켜있거나 개집이 엎어져 그 속에 갇혀있거나 별의 별 사건. 좌우간 동네 수캐랑 첫 관계하는 걸 본 아내가 출산 일자까지 계산하며 간간이 돼지뼈를 나눠주고 유심히 보살피던 중 얼마전 새끼를 낳은 모양. 물론 초산. 조립식 건물 아래 안쪽 깊숙히. 다음날 아침 개가 혼자 줄에 묶여있어 얼른 풀어주고 밤에 주인을 찾아가니 새끼낳은 줄도 모르고 그냥 여기저기 땅을 자꾸 파기에 묶어뒀다나. 암튼 오늘은 아내가 곰국을 한 냄비 끓여다 개밥에 부어주니 허겁지겁 퍼 먹는다. 비쩍 말라 갈비가 드러난 정도. 아내는 아침산책 나갈 때마다 밥꺼리나 돼지뼈나 건빵을 챙긴다. 밥을 가져다주고 물도 떠주면 꼬리가 안보일 정도로 흔들며 참 좋아한다. 건물 밑에서 총알같이 튀어나오는데 진짜 불쌍하다. 우리 둥이는 전혀 관심없는 표정.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잠잘자기로 일등인 아내가 짱아걱정에 잠을 설친다니 원, 둥이가 다 웃을 일.
그렇다. 개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개생이 확 바뀌는 거다. 아내가 안타까워하지만 어쩌겠는가! 다 제 팔자인 걸.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