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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빨대

犬毛 - 개털 2007. 11. 12. 10:24
실은

까뒤집고 보면 모두 별게 아니야

단풍이라는 것

시름시름 시들어져 버림받기 직전 최후의 발악이지

그냥 색 바랜 나뭇잎일 뿐

산다는 것도 그래

좋은 시절 나는 새도 떨어트릴 만큼 펄펄 날뛰지만

어차피 나이 먹어 물러서면 겉 쭈글쭈글 추한 꼬락서니는 누구나 매한가지야

속이 얼마나 꽉 찼느냐가 문제지

입 꼭 다문 채 빨대를 꽂아 세상을 좁게 드려다 봐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한 곳을 깊이 바라보는 날카로운 안목이 필요해

그렇게 마음을 갈고 닦으면

진짜 맛 알고

그래야

그럭저럭

아름답게 늙는 거지

어때?

- 견모님의 시 중에서 -

출처 : 빨대
글쓴이 : 개털73조원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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