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선생先生

犬毛 - 개털 2009. 5. 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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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先生

犬毛 趙源善



반드시 두 집을 지어야 산다.


일단 튼튼한 말뚝을 군데군데 똑바로 박아놓아라

기초가 단단해야 벽돌을 차곡차곡 잘 쌓을 수 있으니 한 구석 기울어짐 없도록 해라

어쩌다 축에 걸려도 마음 도사리고 얼른 손을 빼어라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말고 대충 갈라 쳐서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어라

가끔 딴청 피다가 어깨를 슬쩍 짚어라

아까우면 버려두었다가 싱싱한 패감으로 써먹어라

꼬드길 때는 간 한 조각 떼어주고 잡아먹을 때는 심장을 콱 찔러라

반집을 이기거나 불계로 이기거나 마찬가지니 지나친 욕심은 버려라

깊이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되 결코 물리지 말거라

져도 슬퍼말고 이겨도 또한 손을 내밀어 위로하고는 처음부터 다시 복기해 보거라

가로 세로 열아홉 줄 속에 무궁무진한 수가 숨어있느니라.


전쟁에 정석은 없다

비록 내가 너를 한 집도 못 짓도록 모질게 후려 갈겨 잡아 돌렸어도

네가 미워 너를 아프게 때린 것은 절대 아니다

네가 나를 짓밟고 내동댕이쳐 이겨도 난 정말 기쁘다

내가 널 가르친 이상 난 너의 영원한 스승이니까.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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